
임차인 A씨는 최근 자녀의 교육을 위해 서울 대치동으로 이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자녀의 초등학교 졸업 시기에 맞춰 전입신고를 해야 근처 중학교 배정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내년 2월에 이사를 가고 싶어 임대인 B씨에게 문의했다. “저, 내년 2월에 이사를 가고 싶은데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놓고 이사나가면 안될까요?” 거주 중인 지역의 전월세 시세가 많이 올라 새로운 임대차계약이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문의를 했는데 B씨의 답변은 싸늘했다. “집 매매할 거니까 계약기간 다 채우고 나가세요!” A씨는 내년 3월 이후에 이사를 가게 되면 자녀가 전학생이 되기 때문에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데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임대인과의 협의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경우 혹은 계약갱신요구권이 사용돼 갱신된 경우에는 임대차 계약기간을 2년으로 본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2항)는 것은 지난 연재 때 설명한 바 있다. 계약이 묵시적 갱신이 된 경우에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의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그 효력은 3개월이 지나면 발생한다(주임법 제6조의 2). 그렇다면 갱신계약의 경우에도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
임대차 갱신계약기간 중 중도해지 가능여부는 갱신 방법에 따라 판단한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합의에 의해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재계약, 전월세 상한제 미적용)에는 합의한 계약기간을 준수해야 함이 원칙이다. 만약 중도 해지를 원한다면 당사자들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임차인의 갱신 요구에 의한 갱신 계약의 경우에는 묵시적 갱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임차인이 언제든지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통지 후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주임법 제6조의 3). 이러한 내용들이 자칫 임대인에게 불리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갱신 조항의 도입 취지가 임차인의 주거생활 안정을 위한 것이므로, 입법자가 임차인에게 유리한 법 조항을 준용(같은 내용 반복을 피하기 위해 법 조항을 약간 수정해 적용시키는 것)한 것으로 보인다.
A씨의 계약에 대해 살펴본 결과, A씨는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해 한 차례 임대차계약을 연장한 후, 같은 아파트에 4년째 거주 중이었다. A씨가 원한다면 B씨의 허락이 필요없이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A씨는 임대차 계약이 묵시적 갱신이 된 경우에는 임대인에게 해지 통지를 한 후 3개월 뒤 계약이 해지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경우에는 묵시적 갱신이 아니고 계약서를 다시 썼기 때문에 중도 해지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편 임대인 B씨는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임대업자여서 위 법 조항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냥 귀찮아서 A씨에게 계약기간을 채우라고 한 것이었다. A씨는 B씨에게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통지했고 3개월 뒤인 내년 2월에 이사를 갈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