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사회 초년생 노린 ‘그 놈 목소리’…보이스피싱 피해 20대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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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경찰청 접수 보이스피싱 올해 588건
피해자 ‘20대 이하’ 52% 고령층보다 많아
고액 알바 속아 현금 수거책 검거 잇따라

춘천의 중소기업에서 사무직으로 근무 중인 A(여·28)씨는 올해 초 보이스피싱으로 1,300만원을 잃었다. 수사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은 "(A씨 명의) 통장이 범죄에 이용됐다. 빨리 안전한 계좌로 옮겨 놓지 않으면 모두 날릴 수 있다"며 계좌번호를 불러줬다. 전혀 어눌하지 않은 전문가 같은 말투에 A씨는 속아 넘어갔다.

사회 초년생인 20대들을 노린 보이스피싱 범죄가 활개를 치고 있다. 사기 피해뿐만 아니라 '고액 알바'에 속아 범죄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은 상황이다.

26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도내 보이스피싱 사건은 588건으로 피해액은 108억원에 달했다. 피해자 588명을 연령별로 보면 '20대 이하'가 52%(303명)로 절반을 차지했다. 40~50대는 28%(164명), 60~70대는 15%(90명)였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20대들은 수사기관 사칭 전화에 쉽게 당하고 있다. 범죄 수법도 교묘해졌다. 이른바 '택배 사칭 문자(악성 코드 문자 메시지)' 등으로 개인 정보를 빼내고, 피해자의 상황에 맞는 '시나리오(거짓말)'를 짜서 접근하는 방식이다.

도내 법조계 관계자는 "피해자의 SNS 대화 기록으로 주변인 이름, 전·월세 계약 등 근황을 파악해 그럴듯하게 전화를 거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수사 기관의 전화번호가 뜨게 하거나,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가 찍힌 구속영장을 날조해 접근하는 사례도 나왔다"고 말했다.

20대들이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하부 조직원으로 일하다가 처벌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대 초반인 B씨는 금융기관 직원처럼 행세하며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받아 무통장 송금하는 '현금 수거책'으로 일하다가 붙잡혔다.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B씨가 사회초년생이고 주변인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올 7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처럼 하부조직원으로 일하다가 검거된 보이스피싱범은 올해 156명에 달했다.

강원경찰청은 "피해금 전달 역할만으로도 구속되어 실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고 합의를 위해 피해금을 변상해야 할 수 있으니 '고액 알바'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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