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고령운전자 사고 예방 대책,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60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분석시스템에 따르면 강원지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2020년 7,039건, 2021년 6,605건, 지난해 6,425건이다. 해마다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61세 이상의 고령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2021년 1,959건에서 2022년 2,032건으로 73건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 22일 춘천에서 80대 고령운전자가 몰던 승용차에 보행자 3명이 치여 숨지는 충격적인 사고가 일어났다. 강원지역의 고령운전자 교통사고율이 늘어나고 있지만 운전면허 반납률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운전면허 반납을 고려하는 고령운전자는 10명 중 3명가량에 불과했다. 도로교통공단이 올 9월 실시한 ‘고령자 교통안전 및 사고 인식 설문조사’ 결과 고령운전자 419명 중 31.7%인 133명만이 운전면허 반납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고령운전자는 흔히 신체적 기능 감퇴뿐만 아니라 동반되는 민첩성 둔화와 광범위한 인지능력 저하 문제를 겪기 쉽다. 심한 경우 경도의 인지기능장애 및 중증 인지장애(예: 치매)로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 미묘하게 진행되는 인지적 기능 저하는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고령운전자는 시력과 운동신경 등 신체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고령운전자의 운전을 무작정 제한하기도 쉽지 않다. 운전이 생계수단인 경우 더욱 그렇다. 하지만 고령운전자 사고를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우선 고령운전자의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칫 사고로 본인이 다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실수로 제3자의 인생을 망칠 수 있다.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는 결코 노인 차별이 아니다. 노인단체 등에서는 나이가 많아도 개인차에 따라 건강해 운전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18세 미만 중에도 정신적으로 건강한 청소년은 운전할 수 있게 하자는 논리와 같다. 음주운전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정부는 고령운전자 사고를 줄일 보다 세심하고 실질적인 안전 대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고령자가 읽기 쉬운 교통표지판 설치나 도로 신설, 주차면적의 조정 등 교통 환경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일정 금액의 교통비를 더 지급하는 정책을 확대해 나가고 이동수단을 마련하는 배려도 있어야 한다. 또 교통 안전교육을 강화해 교통사고 감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함은 물론이다. 운전면허나 적성검사의 갱신 주기를 더욱 짧게 조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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