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시 도계읍은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마지막 현장이다.
1936년 개광한 도계광업소는 2025년 6월 폐광되며 90년 가까운 역사를 마감했다.
현재 가동중인 경동(주) 상덕광업소도 2~3년 내에 문을 닫을 예정이다. 이는 한국 석탄산업의 완전한 종언을 의미한다.
그러나 산업의 끝은 단순한 소멸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낸 노동과 기술, 공동체의 기억이 사라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런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우리의 마음은 매우 답답하고 가끔 참담해지기도 한다.
세계는 이미 석탄산업유산을 미래 자산으로 전환하는 길을 걸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벨기에, 인도네시아, 일본 등 6개국이 석탄산업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이들의 사례는 도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독일 루르 지역은 탄광과 제철소를 원형 그대로 보존해 세계적 산업유산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단순히 건물만 남긴 것이 아니라, 광부들의 생활과 노동을 문화 콘텐츠로 재구성해 지역 경제를 살려냈다. 영국 더럼 탄광유산은 광부들의 생활과 공동체 문화를 기록해 무형유산까지 함께 보존했다. 이는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사례이다. 프랑스 노르파드칼레는 광산 마을 전체를 보존해 산업사와 노동사의 현장으로 활용하며, 교육적 가치까지 높였다. 벨기에 보리나주는 탄광촌과 노동운동의 역사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며 사회적 의미를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옴빌린 탄광은 식민지 시대의 산업 흔적을 보존해 역사적 교훈을 남겼고, 일본 미이케 탄광은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으로 등재되어 근대화의 출발점으로 국제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처럼 우리보다 앞서 폐광의 길을 걸었던 나라들은 석탄산업유산을 수몰하지 않고 문화적 자산으로 승화시켰다. 도계 역시 그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삼척시에서 주력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입자가속기를 중심으로 하는 의료산업도시와 함께 석탄산업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통해 지역사회를 활성화시키는 양면 전략이 대외경쟁력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도계지역 석탄산업유산을 전수조사하고, 중요한 시설들은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도계지역 석탄산업유산 보존을 국가적 프로젝트로 인식해야 한다. 도계광업소는 한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석탄을 생산한 현장이며, 산업화와 에너지 자립의 상징이다. 일제강점기에 개발된 흥전항(중앙갱) 시설을 비롯하여 동덕갱과 도계갱, 강원도 탄광의 핵심 유산인 삭도의 원형과 지주대, 느티나무 주변의 사택, 석탄을 운반하던 독특한 철도유산(인클라인과 스위치백, 급수탑) 등 유형유산이 잘 남아있다. 탄광이 가동되고 있어 현직 광부가 있고 갓 퇴직한 전직 광부들도 아직은 많이 남아있다. 광부들의 노동과 공동체 문화는 무형유산으로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 원형 보존과 무형유산 기록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향후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석탄산업은 우리나라 산업화와 에너지 자립을 이끈 주역이었다. 이제 그 마지막 흔적을 어떻게 보존하느냐가 지역의 미래 자산가치를 결정한다. 도계의 석탄산업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일은 단순한 과거의 기념이 아니라, 산업의 기억을 미래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국가적 과제라고 하겠다.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