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7도까지 떨어진 18일. 지난 4월 산불로 펜션이 전소되고 23㎡(7평) 남짓한 임시조립주택에서 혼자 살고 있는 김모(65·강릉시 안현동)씨는 바닥에 이불을 깔아 놓았다. 전기 판넬로 된 바닥에 온기가 남아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침대에는 전기 장판을 깔아 놓았고, 벽면에는 단열재까지 붙여 놓았다. 찬 공기가 심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외벽 문에는 가림막도 없어, 눈과 비가 내린 지난 주에는 신발을 벗고 실내로 들어올 때마다 옷이 젖었다.
김씨는 "화장실은 추위에 무방비 상태여서 용변을 보려면 두꺼운 옷을 입고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산불 피해로 임시조립주택에서 거주 중인 이재민들이 폭염 보다 더 매서운 혹한을 버티고 있다. 강릉시에 따르면 지난 4월 발생한 산불로 115세대가 임시조립주택에서 살고 있다. 세대주의 절반이 60대 이상 고령층이어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릉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9.4도까지 떨어졌던 지난 17일. 임시조립주택에 거주 중인 남모(50·강릉시 저동)씨는 이른 새벽에 일어났다. 예약 시간에 맞춰 온풍기가 꺼지자 찬공기에 70대 노모가 잠을 깼기 때문이다. 남씨는 "지난달에 출입구 쪽 온도 조절기는 아예 꺼놓고, 방에만 켜 놓았는데도 전기료가 15만원이 나왔다"며 "전기료 지원이 중단되면 감당이 안 될 거 같아 추위에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 강릉지사에 따르면 이재민 전기료 지원 기간은 약 1년이다. 9개월까지는 20만원 한도 내에서 전액 면제되고, 이후 3개월은 50%만 면제된다.
2019년, 2022년 대형산불로 임시조립주택에 거주 중인 이재민들은 겨울철이면 전기료로 30만원씩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릉시자원봉사센터는 기업 등으로부터 기부를 받아 이재민들에게 난방용품을 보급하고 있다.
23㎡(7평)에 불과한 임시조립주택에 세 식구가 함께 살 수 없어 따로 떨어져 지내는 이재민들에게는 더 추운 겨울이다.
김모(65)씨는 "아내와 30대 아들은 시내에 방을 얻어 지내고, 컨테이너에서 혼자 지내는데 폭염보다 혹한이 더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