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유바리시는 인구 6,000여명의 작은 도시이다. 2006년 6월20일 이 작은 도시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역파산을 신청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빚을 너무 많이 져서 도저히 갚을 길이 없자 파산을 신청한 것이다. 공공행정은 망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깨졌다. 파산의 조짐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1965년부터 30년간 유바리시의 총 부채는 600억 엔 가까이 상승했다. 파산 직전인 2005년 주민 1인당 지방채 부담액은 비슷한 규모 지자체의 3배에 달했다. 도시의 쇠퇴를 막고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관광산업을 집중 육성했지만 무리한 투자로 인하여 지역파산을 선언한 것이다.
유바리시는 왜 무리한 투자를 하였는가? 리더의 독재적 경영이 문제였다. 1979년 당선된 나카다 데츠지 시장은 2003년까지 6회를 연임하면서 24년간 시장직을 맡았다. 장기집권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지만 소통부재, 적자은폐 등 독재적 경영이 도덕적 해이와 경영악화로 이어져 파산까지 간 것이다. 포퓰리즘도 한몫했다. 탄광산업 피크 때는 지역주민들이 기업으로부터 사회기반서비스를 제공받았다. 주택, 목욕탕, 전기, 가스, 수도, 병원 등 모두 탄광회사가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폐광으로 기업이 떠난 후 유바리시가 이를 매입해 운영하면서 재정 부담이 현격히 증가하였다. 기업이 만든 사회인프라는 매각 혹은 민영화를 통해 긴축 재정으로 전환했어야 했다. 이러한 거액의 재정지출이 적자를 부채질했고 파산에 이른 것이다.
파산의 후유증은 말할 수 없이 컸다. 2007년 3월 유바리시는 특별조치법에 의해 ‘재정재건계획’을 수립했다. 한마디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시공무원은 3분의 1 수준으로, 시의원은 절반으로 줄었다. 봉급은 30%가 삭감되었다. 심지어 시의원 임기도 4년에서 2년으로 줄었다. 공무원 중 과장급이상 99%가 퇴직하고 젊고 유능한 인재는 지역을 떠났다. 교육기관은 통폐합되었다. 40개에 달했던 초·중·고교는 각각 1개교씩만 남았다. 고등학교 1개교가 있지만, 중학교 졸업 후 시외로 진학하는 학생이 급격히 증가해 전출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지방세, 상하수도요금, 자동차세 등이 모두 인상되어 세금부담이 가장 큰 지역이 되었다. 공공시설도 운영중지, 통폐합되었다. 체육관, 도서관, 미술관 심지어 공공목욕탕도 문을 닫았다. 당연히 인구감소가 뒤따랐다. 석탄산업 전성기인 1965년 11만7,000명이었던 인구는 2005년 1만3,000명으로, 2023년 6,500명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단기간 가장 많은 인구가 감소한 1위 지역이 되었다.
폐광으로 인해 새로운 활력이 필요했던 유바리시! 대체산업으로 관광산업에 많은 자금을 투자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많은 부채로 인해 지역파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는 온전히 지역주민들에게 전가되어 삶의 질 저하와 지역소멸로 이어지고 있다. “유바리시의 행정서비스는 전국 최저, 세부담은 전국 최고입니다. 주민들의 의식전환 없이 지역재생은 절대 불가능합니다.” 올 9월 강원연구원 현지시찰단이 유바리 현장답사에서 인터뷰한 사카이 유지(酒井 裕司) ‘탄광의 기억 사업단’ 상임이사의 말이다. 도내 탄광지역도 유바리와 동일한 전철을 밟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길을 갈 것인가? 현장에서 한가지 확인한 사실은 결국 이를 감당하는 것은 모두 지역주민이라는 것이다. 유바리의 파산을 교훈 삼아, 탄광지역의 미래를 고민하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