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용띠 문화예술인]③영화감독 김진유

영화 ‘높이뛰기’, ‘나는보리’의 김진유 감독
“누구나 영화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야”

◇김진유 감독

영화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물고, 소통의 장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이 있다. 강릉 주문진에서 나고 자란 김진유(35) 감독이 주인공이다. 영화 ‘나는보리’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제20회 가치봄영화제 대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그의 꿈은 소소하지만 낭만이 있는 감독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고1 기말고사에서 350명 중에 349등을 했어요. 성적표를 보면서 ‘나는 뭘 하고 살아야하지’라는 고민을 하던 즈음에 강릉씨네마떼끄를 알게 됐고,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는 다양한 독립영화를 보면서 감독의 꿈을 꾸게 됐어요. 또 정동진영화제를 통해 다양한 지역 영화인들과 교류하며 영화감독이라는 막연한 꿈의 방향을 구체화할 수 있었죠.”

김 감독의 데뷔작 ‘높이뛰기’와 ‘나는보리’는 모두 청각장애를 소재로 한다.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나는보리’ 주인공의 소원은 소리를 잃는 것이다. 혼자만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외로움을 느끼는 보리의 모습은 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농인이시지만 처음부터 농인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건 아니었어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은 결과 ‘높이뛰기’라는 단편을 찍게 됐고, 작품 상영 후 많은 농인분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는보리’를 만들게 됐어요.”

◇‘나는보리’ 촬영현장에서 배우들과 함께 한 김진유감독.

그의 작품 속 장애인은 도와줘야 할 대상도, 편견으로 고통받는 대상도 아니다. 영화 속 보리 아빠의 대사인 “들리든 안 들리든 우리 똑같아”라는 대사에는 장애인을 묘사하는 한국영화의 고정적 패턴을 깨고 싶었던 김 감독의 지향점이 담겨 있다.

“농인 가족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보리가 느끼는 외로움과 유대감에 대한 욕구는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가 공감할수 있는 성장통이에요. 장애인을 나와는 다른 존재가 아닌 우리 옆집에 사는 이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죠.”

◇김진유 감독

‘나는보리’는 한글 자막이 있는 배리어 프리 영화다. 현재 정동진독립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감독의 꿈은 누구나 영화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농인 가족들에게는 다같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아요. 나는보리 개봉을 앞두고 농인 시사회를 열었는데, 그 중 한 가족이 난생 처음으로 가족 전부가 모여 영화를 봤다고 하더라고요. 제 영화는 물론 정동진영화제도 전 작품에 자막을 지원, 배리어프리 영화제를 지향하려고 해요.

차기작 ‘흐르는 여정’ 은 강릉과 속초를 중심으로 촬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장애를 소재로 하지 않는 이 작품이 감독으로서 새로운 도전이자 역량을 확장해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촬영을 앞두고 있는 그에게 갑진년 새해 소망을 물었다.

“새해의 첫 번째 바람은 차기작이 잘 완성되는 것이죠. 두 번째는 지역 영화 산업의 부흥입니다. 강릉·평창 국제영화제가 모두 사라지고 제가 감독의 꿈을 처음 키워가던 강릉영상미디어센터도 휴관 중이에요. 저도 강원영상위원회의 지원으로 나는보리를 제작한 만큼 강원독립영화협회 활동과 영화 교육을 통해 지역의 영화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습니다.”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