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출신 박충훈 소설가가 단편 소설 ‘엄마’를 상재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치로 그려지는 사랑. 박충훈 작가는 그 사랑이 닿지 않는 이들의 삶을 소설에 담았다. 표제작 ‘엄마’는 양모의 학대로 어린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아이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어지는 작품 ‘산山 혈血’에서는 산사태 현장에서 과거의 상흔을 떠올리는 인물의 심리를 담백하게 풀어냈다.
“인간의 심리는 참 묘하다. 내가 개입되지 않은 사건의 모든 사물과 상황을 똑똑히 보았으면 세월이 흐르며 그저 기억으로 남는다. 반면에 내가 개입된 사건을 정확하게 보지도, 알지도 못하고 그 상황이 복잡하면 두고두고 머리에 남아 수시로 떠오른다” (산山 혈血 中)
수많은 삶의 갈림길에서 나타나는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의 밑바닥을 노골적으로 비추는 소설집은 인간의 감정과 욕망에 관한 한 편의 보고서 같다. 사고로 아내를 잃은 후 다시 찾아온 사랑에 혼란을 느끼는 소설가와 애지중지 키운 소들의 죽음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농장주, 가족으로부터 지난 날들을 모두 속아온 남자까지…마침내 곪아 터지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소설은 인간 이면을 날카롭게 담아낸다. 도화刊. 282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