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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5월과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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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 5월이 무르익고 있다. 5월은 추위도 물러가고 더위도 찾아오지 않아 1년 중 나들이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앙상한 가지만 있던 나무는 어느새 푸르른 옷으로 갈아입었고, 들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코끝을 스치는 산들바람에 따라 살랑거린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자연을 찾아 나서는 것만으로도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다. ▼5월 하면 제일 떠오르는 것은 ‘소풍’이다. 목적지가 고작 학교 근처 마을 동산이었지만 소풍 가기 전날에는 밤잠을 설쳐야 했다. 혹시 내일 비가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소풍을 하루 앞둔 밤에는 몇차례씩 이부자리를 박차고 나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행여나 소풍날 아침 비라도 올라치면 미뤄둔 숙제 탓에 콩닥콩닥 뛰는 마음을 안고 비가 그치기만을 두 손 모아 빌어야 했다. ▼소풍에 빠질 수 없는 것은 엄마가 싸 주신 김밥이다. 요즘처럼 다양한 식재료가 아닌 계란과 단무지, 햄이 들어간 것이 전부 였지만 그 어떤 김밥보다도 맛있었다. 소풍날 아침 김밥을 싸는 엄마 옆에 앉아 먹던 김밥 꽁다리는 설렘의 양념까지 더해 입안에 군침을 돌게 하기에 충분했다. 엄마는 소풍 가는 날이면 언제나 가방에 김밥 도시락과 삶은 계란, 그리고 음료수 등 내가 먹을 간식 이외에도 커다란 김밥을 가득 담은 찬합을 하나 더 넣어 주셨다. 선생님을 위한 도시락이다. 점심시간이면 선생님 앞에는 친구들이 가져온 도시락이 가득했다. ▼학교 근처로 걸어 다녔던 소풍 대신 지금은 버스를 타고 현장체험학습을 떠난다. 그런데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꺼린다고 한다. 2년 전 체험학습 학생 사망 사고로 당시 인솔 교사가 재판에 넘겨지며 사고가 생기면 책임을 떠안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학교 전반에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재판을 받고 있는 교사들에 대해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친구들과 선생님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소풍의 추억을 우리 아이들도 간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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