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이코노미 플러스]시행 3년째인데…건설근로자 외면받는 기능등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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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등급 보유 근로자 중 증명서 발급 2.5% 그쳐
경력 산정 기준 60여개 직종마다 제각각 근로자 불신

건설근로자 처우개선과 건설산업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2021년 도입된 '건설근로자 기능등급제'가 시행 3년이 지났음에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건설동향브리핑 956호'에 따르면 최근 1년 간 퇴직공제 신고된 기능등급 보유 근로자 104만2,738건 중 기능등급증명서 발급 건수는 2만5,951건으로 2.5%에 그치고 있다. 기능등급별로 초급 2,998건, 중급 7,843건, 고급 9,358건, 특급 5,752건 등 주로 중·고급에 발급이 집중됐다.

기능등급 발급이 부진한 것은 모호한 경력산정 기준 탓이 크다. 현재 기능등급은 현장 경력, 자격증, 교육·훈련, 포상을 기준으로 부여하고 있다. 이때 환산 경력연수 기준 초급은 3년 미만, 중급은 3년 이사 9년 미만, 고급은 9년 이상 21년 미만, 특급은 21년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60여개 직종마다 경력 1년을 산정하는 환산일수가 달라 근로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기능등급제에서 숙련도 평가가 부족한 것도 원인이다. '일을 오래했다'가 '일을 잘했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례로 호주는 수준별 직무 역량을 산업별로 정하고 있으며, 이를 취득하기 위해 숙련도 및 지식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기능등급제와 연계된 승급교육 역시 부재한 상황이다. 장기간의 지속적 교육·훈련이 어려운 건설근로자 특성상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교육 훈련 과정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가 2회에 걸쳐 기능등급제 연계 필수교육을 시범사업으로 운영한 바 있지만, 지난해 교육의 경우 6개 직종 시범사업의 참여 인원은 634명에 그쳐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가장 큰 문제는 기능등급을 부여받은 건설근로자에 대한 제도적 활용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활용 방안의 부재는 결과적으로 건설근로자와 사업자로 하여금 기능등급제 필요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향후 기능등급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현재까지 확인된 문제점 개선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제도권 내 근로신고가 되지 않은 건설기능인력의 현장 경력 인정 방안을 마련하고, 상위 등급으로 갈수록 기능인력의 역량을 보다 정확히 보여줄 수 있도록 세부적인 숙련도 평가가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기능등급제 연계 승급교육 제도화, 건설현장 내 합법 외국인에 대한 기능등급 부여도 논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능등급제의 안정적 정착은 현재 건설현장 내 청년층 및 숙련인력 부족, 불법외국인 문제 등에 대한 현실적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의 현장 수용성을 위해 노·사·정이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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