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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주(酒) 스토리] 혹시 지금 위스키 ‘원샷’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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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스트레이트, 온더락, 약간의 물 등 다양
오래 숙성돼 잘 만드 위스키는 여운 길고 복합적인 풍미
위스키 장점은 오픈 후 6개월~2년 정도 마실 수 있어

3화. 혹시 지금 위스키 ‘원샷’하고 있나요?

어릴 적 서부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위스키를 스트레이트 잔으로 털어 넣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주로 황량한 사막 마을의 바(Bar)나 카우보이들의 결투 장면에서 나오곤 했는데, 미디어의 영향인지 몰라도 위스키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그렇게 소비되던 술이었다. 혹자는 이런 문화의 유래가 주로 유흥주점에서 마시던 한국 산업화의 산물이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아예 아니라고 부정할 순 없겠지만 위스키의 향, 맛을 제대로 음미하는 문화가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

글렌캐런 잔 : 위스키 테이스팅에 주로 사용하는 글렌캐런 잔의 첫 생산은 2001년이다.

위스키 잔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도 글렌캐런 잔은 스코틀랜드의 ‘글렌캐런 크리스탈 리미티드(Glencairn Crystal Ltd)’란 회사에서 개발했는데, 지금은 회사 이름이 아예 브랜드가 되어 이와 비슷한 스타일의 글라스를 통칭하는 대명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보다 전통적인 잔으로는 코피타(Copita)란 잔이 있는데 와인잔과 비슷한 모양이다. 이와 같이 향을 잘 즐길 수 있게 고안된 잔을 통칭하여 노징 글라스(Nosing Glass)라고 하는데, 전통적인 올드 패션드(Old Fashioned), 스트레이트(Straight)잔과 더불어 위스키를 즐길 때 주로 사용하는 잔들이다.

◾ 위스키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

위스키는 스트레이트와 더불어 얼음을 넣어 마시는 온더락(On the Rock)이 가장 흔히 알려진 방식이다. 온더락의 유래로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 과거 위스키를 시원하게 마시기 위해서 냇물의 차가운 돌을 담아 위스키를 부어 마셨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게 가장 정설이다. 지금은 돌이 아닌 얼음이 그 역할을 담당하는데 얼음이 녹으며 알코올이 희석되고 낮은 온도로 인해 풍미가 잘 발현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위스키 전문가들은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고 그대로 마시는 니트(Neat)를 권장하는 편이다. 만약, 위스키의 높은 알코올 도수로 인해 니트로 마시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약간의 물을 떨어트려보자. 알코올 도수 35도까지 맞추거나 스포이트로 2~3 방울 정도만 떨어트려도 향이 잘 피어나고 마시기도 편해진다. 단, 저명한 위스키 전문가들도 이 부분에 대한 견해가 다양하니 너무 방식에 얽매이진 말자. 소비자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고 내 입맛에 가장 맞는 방식으로 즐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물을 타지 않고 마시는 편이나 입안이 너무 얼얼하거나 향이 잘 느껴지지 않을 땐 물과 함께 즐기는 편이다.

과거 품절 대란이 일었던 발베니 더블우드 12년(The Balvenie Double Wood 12Y)

그럼 이제 원하는 잔을 골라 위스키를 한잔 따라보자. 과거 품절 대란이 일며 사람들이 웃돈을 주고 사곤 했던 발베니 더블우드 12년이나 글렌피딕(Glenfiddich) 15년 정도면 적당하겠다. 둘 다 입문용 싱글몰트로 명성이 높은데 큰 호불호 없이 싱글몰트를 경험하기에 가장 좋은 위스키다. 여기서 잠깐! 혹시 지금 나도 모르게 스트레이트 잔에 위스키를 따르고 있진 않은가? 어떻게 즐기는지는 개인의 기호이기에 강요할 순 없지만, 가급적 오늘은 노징 글라스에 위스키를 따라 향을 먼저 맡아보길 권한다. 그다음 스월링(Swirling)하여 강한 알코올 향을 날려 보내자. 그래도 알코올 향이 너무 강하다면 잔의 윗부분으로 코를 가져가거나 약간은 거리를 두고 향을 맡아보자. 꿀과 같은 달콤함, 바닐라에 견과류의 고소함과 스파이시, 과일 향이 잘 느껴진다면 성공이다. 그리고, 거기에 약간의 물을 떨어트려 변화하는 향이 느껴진다면 축하한다! 여러분은 이제 진정한 위스키의 세계에 입문하게 됐다. 이제는 입안에서 위스키를 굴려보며 아로마와 맛, 질감까지 천천히 음미할 차례다. 위스키가 식도를 통과하면서 목에서부터 입까지 남아있는 위스키의 진한 향이 코를 통해 전달되는데 이때 느껴지는 잔향이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오래 숙성되거나 잘 만든 위스키일수록 여운이 길고 복합적인 풍미를 지닌다. 이는 위스키뿐만 아니라 모든 좋은 술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좋은 술을 구분하는 기준은 다르지만 피니시(Finish), 여운이 짧다면 과연 좋은 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만큼 여운은 주류 테이스팅의 정점이다.

◾ 싱글몰트, 버번, 쉐리 위스키 3대장

지금 마신 글렌피딕, 발베니 같은 싱글몰트가 마음에 든다면 글렌모렌지 오리지널(Glenmorangie Original)과 글렌리벳 12년(The Glenlivet 12Y)을 추천하고 싶다. 글렌피딕 12년과 함께 싱글몰트 베스트셀러 3대장으로 유명한데, 비교적 저렴한 가격임에도 좋은 품질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만약, 위스키의 달콤한 과일 향에 사로잡혔다면 쉐리 위스키도 추천하고 싶다. 맥캘란 12년(The Macallan 12Y), 글렌드로낙 12년(The Glendronach 12Y), 글렌고인 12년(Glengoyne 12Y)이 입문용으로 추천할 만하다. 쉐리 위스키는 일반 싱글몰트보단 비싸지만 그만큼 복합적이고 달콤한 과실 향과 농축 미가 더해진 게 매력이다. 세계적으로 쉐리 위스키의 인기가 높아져 가격이 오르고는 있지만 한 번쯤은 경험해 봤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버번 위스키 3대장도 소개하고자 한다. 버번 3대장은 마트에서 4~6만 원 정도면 구매할 수 있는데, 스카치 위스키 대비 알코올 도수가 높고 강한 편이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 버팔로 트레이스(Buffalo Trace), 와일드 터키 101(Wild Turkey 101)이 있다. 3개 제품 모두 인기가 많은데 필자는 와일드 터키 101이 가장 균형감이 좋은 것 같다.

독특한 디자인이 매력적인 버번 위스키 3대장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

어떤 위스키를 마셔야 하는지는 알겠는데 막상 그 차이점을 느끼기 어렵다면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 있다. 위스키의 최대 장점은 오픈한 위스키도 6개월~2년 정도는 마실 수 있다는 점인데 이러한 장점을 살려보자. 먼저 각기 다른 스타일의 위스키를 4~6병 정도 구매한다. 그리고 오픈한 위스키들을 6개월~1년간 보관하며 천천히 비교 시음하며 경험의 폭을 넓힌다. 개인의 음주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충분히 오래 두고 마실 수 있다면 역설적으로 가성비가 좋아질 수도 있다. 이렇게 나만의 리스트를 조금씩 변경하며 경험이 축적되면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다채로운 향과 맛이 느껴지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위스키는 더 이상 ‘원샷’하는 술이 아닌 달콤 씁쓸한 인생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글=정한호 콜라블 대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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