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국민 안전 조치 갖춰야

대통령 지난 4일 전체 조항 효력 정지 재가
북 도발 수위 따라 정부 대응 강도 높아질 듯
접경지 주민 등 일상생활 영위 방안 필요해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전체 조항의 효력 정지를 선언하면서 군당국이 전방지역에서의 포사격 등 군사훈련을 재개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4일 국무회의를 통해 9·19 남북군사합의 전체 조항의 효력 정지안을 의결하고, 같은 날 대통령이 재가했다. 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서북도서와 관련된 해상 사격, 비무장지대(DMZ) 중심으로 5㎞ 이내에서의 제한된 사격 및 연대급 이상 부대 훈련 등이 정상화된다”고 밝혔다. 해상에서도 동해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 한 곳씩 지정해뒀던 함포 사격 등을 위한 공역이 9·19 합의로 사용 중단됐다가 이제 훈련이 가능해진 것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도 언제든 시행할 준비가 돼 있어 남북 상황에 따라 재개될 수 있다. 정부가 앞으로 북한의 도발 양상과 수위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 강도를 높여 갈 방침이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의 9·19 효력 중단은 이미 북한의 일방적 전면 파기 선언에 따라 유명무실화된 합의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북한은 탈북자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빌미로 지난달 28일부터 연이어 오물 풍선을 남한으로 무차별 살포하고 GPS를 교란하는 공격을 가하는 등 도발을 지속했다. 우리로선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다만 정부는 이번에 9·19 합의의 완전 폐기가 아닌 전체 효력 중단을 선택했다. 향후 북한과의 정치적 대화 여지를 남기면서 군사적 운신의 폭은 넓히려는 조치일 것이다. 2018년 체결된 9·19 합의는 북한의 무더기 위반과 우리 안보의 족쇄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남북 간 군사 충돌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해 온 게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전면 파기에도 정부는 비행금지구역을 제외한 조항들의 효력을 유지하며 해상과 육상 완충구역에서 군사행동을 자제해 왔다.

남북 간 무력 충돌 방지의 근거인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가 한반도에 긴장을 다시 고조시키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대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접경지에서의 우발적 충돌이나 국지전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통같은 경계 태세를 구축해야 한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효력 정지를 빌미로 NLL과 접경지에서 합의 이전 수준의 무력 도발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의 군사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남북 간 강대강 대치에 우려하는 시각도 늘어나고 있다. 긴장을 완화할 대화 창구도 열어 놔야 할 것이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걱정한다면 군사적·외교적 대비책만으로는 부족하다. 벌써 접경지대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마음 놓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방안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북한을 향한 단호한 결기 못지않게 위기를 지혜롭게 관리하는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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