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가족이잖아요, 그러니 괜찮아요”…영웅이는 오늘도 버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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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강원 같이돌봄]③18살 영웅이의 다짐
강원일보·초록우산 강원지역본부 가족돌봄아동 캠페인 진행

◇할아버지를 안마해주는 영웅이의 모습. 사진=초록우산 강원지역본부 제공.

제가 없으면 할아버지 산책도 못하고, 불안해 하시니까 옆에 있어야죠”

올해로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영웅(가명)이에게 가족은 할아버지가 전부다. 영웅이는 돌이 막 지날 무렵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아버지 손에 길러졌다. 식당을 운영하며 영웅이를 키웠던 할아버지는 지난 2022년 급성 뇌경색에 의한 시야 결손과 구음 장애로 인해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됐고, 현재는 수급 가정으로 분류돼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갑작스러운 시야 결손으로 하루 아침에 앞이 보이지 않게 된 할아버지는 3년째 정신과 진료까지 받으며 몸과 마음도 모두 고된 상황이다. 그런 할아버지를 위해 영웅이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할아버지의 식사 보조부터 설거지, 빨래는 물론 모든 집안일을 척척 해낸다.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돌아온 날에는 피곤할 법도 한데 곧장 할아버지 곁에서 20분이 넘는 안마를 시작한다. 게다가 자영업 때 생긴 부채를 갚기 위해 간간이 족발을 만들어 판매하는 할아버지를 돕기 위해 새벽에도 배달 주문이 오면 급히 일어나 포장까지 해둔다. 날씨가 좋지 않아 배달 기사가 잘 잡히지 않은 날에는 직접 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나가기도 한다.

할아버지의 전화 한 통이면 친구들과 놀던 중간에도 곧장 집으로 향하는 영웅이에게는 자신을 키워온 할아버지를 향한 마음의 부채감이 있다. 가족이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하는 영웅이지만, 사실 영웅이는 친구들과 PC방에 가서 게임도 하고, 즐겁게 노는 시간이 필요한 평범한 고등학생일 뿐이다.

김수연 초록우산 강원지역본부 복지사업 담당자는 “가족돌봄 아동청소년들은 자기 자신이 가족돌봄 아동청소년에 해당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어 지원이 어렵다”며 “주변 가족돌봄 아동청소년을 알고 있다면 언제든 연락 바란다”고 밝혔다. 후원 문의는 (033)762-9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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