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5개월째로 접어들자 분노한 환자들이 폭염에도 불구하고 아픈 몸을 이끌고 총궐기대회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단연)는 다음 달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다른 환자단체들과 함께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 환자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환단연은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가장 큰 규모의 연합 환자단체다.
주최 측이 이날 서울 종로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하면서 적어낸 예상 참여 인원은 1천명이다.
회원들이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나 그 보호자인 만큼 환자단체가 이렇게 대규모로 집회를 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2014년, 2020년 등 의사 집단행동 중에서도 대규모 집회는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의료공백 사태 속에 '앞으로 환자를 함부로 했다가는 환자들이 직접 모인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의도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고 단체는 전했다.
환단연은 의료공백 사태의 빠른 종결, 진료지원인력(PA간호사) 합법화와 함께 의료인 집단행동 시에도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는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제·개정 등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시작된 의료공백 사태에 환자단체들은 그동안 정부 인사, 국회의원 면담이나 기자회견, 성명서 발표를 통해 목소리를 내왔다.
안기종 환단연 대표는 "의사들이 총궐기대회를 하는데 우리(환자단체들)가 1만명을 모을 수는 없지만 총궐기하는 자리를 마련하자고 의견이 모였다"며 "정말 덥지만 그래도 한번은 직접 국민에게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국무총리나 복지부 관료들을 만나고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기도 했지만,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며 "의료계도, 정부도, 국회도 환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니 이제는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환자가 대부분인 데다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최 측은 집회 시간을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오전 10시 30분으로 잡았다. 무더위에 건강이 악화하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구급차 등도 대기시킬 계획이다.
환단연은 최근 의사 집단휴진에 대한 반대 메시지를 알리는 '온라인 피케팅'도 시작했다. 'STOP'(스톱·중단)에 '집단사직', '집단휴진', '환자불안', '환자피해'를 붙인 피켓 이미지를 온라인에 배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온라인 피케팅'을 하는 식이다.
이 단체는 지난 19일 이런 사실을 알리며 "이제는 의료계 집단휴진 장기화 저지를 위한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선포했다.
안 대표는 "그동안 집회를 자제했지만, 의대 증원이 확정됐는데도 무기한 집단 휴진을 하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더는 못 참겠다'는 공감대가 환자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며 "환자 생명을 갖고 집단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환자들이 직접 단호히 대처한다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을 닫지 말아 달라는 환자의 요청을 무시하고 집단휴진에 참여한 의사가 환자에게 고소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환자단체 등에 따르면 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는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본인이 다니던 경기도 광명시 소재의 의원 원장을 상대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안과 질환을 앓던 A씨는 의협이 집단 휴진과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벌인 지난 18일 해당 의원을 방문했으나 휴진으로 인해 진료를 받지 못했다.
A씨는 의협의 집단휴진 소식을 듣고 휴진 수일 전에도 해당 의원을 찾아 의협이 집단휴진을 해도 "문을 닫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원장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어기고 불법 파업에 참여했다며 법적인 처벌을 요구했다.
그는 "부인이 간질환으로 인해 간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라 의사들의 파업에 너무 화가 났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의협은 지난 18일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정책 추진에 반발해 집단휴진을 강행했다. 이어 전국 병의원들도 잇따라 무기한 휴진에 들어갔다.
이에 정부는 지난 10일 의원 등 3만6천여개 의료기관에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발령한 데 이어 18일 오전에는 개원의 등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