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사 방문해 新통일담론, 북한실태, 국제정세 단독 인터뷰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北 주민, 정권 부정적 인식 강해져 오물풍선 살포, 우리 사회 불안감 조장·남남 갈등 유발 위한 의도 대북전단 살포 금지 위헌, 정부 헌재 판단 존중, 접경지 주민과 소통
김영호 통일부장관이 12일 강원일보사를 방문해 본보 신형철 정치부국장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박승선기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실태에 대해 “시장화, 정보화, 개인주의화가 심화되고 부패가 고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지난 12일 강원일보사를 방문해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통일부가 최초로 발간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탈북민 6,351명이 알려준 실상’을 취재진에 전하고 최근 북한 내부의 변화가 시사하는 바를 자세히 설명했다.
또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부의 새로운 통일담론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을 원칙으로 삼고 외교적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고 힘줘 설명했다.
대담=신형철 정치담당부국장
■ 정부는 3·1절 당시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겠다며 새로운 통일담론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취지인가?
“윤석열 대통령께서 통일의 지향점을 분명하게 말씀을 하셨다는 생각이다. 3·1절 기념사는 남북한에 살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것이 통일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의미다. 이는 대북 정책, 통일 정책의 분명한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대북·통일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수단, 방법을 선택할 수가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원칙으로 되돌아가야 된다는 점이다. 원칙을 충실히 하는 대북 정책과 통일 정책이 필요하다. 원칙은 바로 대한민국 헌법에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우리 국민 모두가 합의했다. 헌법 4조를 보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 통일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다”
■ 새로운 통일담론의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다=“지역 전문가들을 만나 새로운 통일담론에 대한 자문과 조언을 얻기 위해 강원도를 방문했다. 새로운 통일담론의 시기, 내용, 형식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정부가 지난해 통일미래기획위원회를 설립하고 꾸준히 새로운 통일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께서 캠프 데이비드에서 통일, 외교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다. 당시 미국과 일본이 처음으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지지한다는 성명이 나왔다.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는 대한민국 주도의 자유 민주주의적인 통일을 이야기한다. 통일은 우리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주변 국가, 국제 사회의 지지를 받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동·서독 통일의 경우 주변 4강의 지지가 결국 합쳐져 결국 자유통일이 이뤄졌다. 통일 외교라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 국제적인 강대강 대치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국제 정치사를 보면 평화는 힘에 의해서만 지켜질 수 있다. 힘이라고 하는 것은 학문적으로 이야기하면 세력 균형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지금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억제력을 높이는데 대단히 중요하다.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조약을 체결하고 있는 상황을 본다면 억제력의 강화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나토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이 합의한 내용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 억제력을 대표적으로 더욱 강화하는 그런 조치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 12일 강원일보사를 방문, 박진오 강원일보 사장에게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 통일부는 '북한 바로 알고 바로 알리기'를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그 일환으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발간했다.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나=“북한의 실상을 우리가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아는 것이 대북정책,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대단히 중요하다. 보고서를 보게 되면 몇 가지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은 배급제가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북한 주민들이 장마당에 나가 식량도 구하고 생산도 해야 하는 시장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확인된다. 지금 북한 내부는 시장의 힘과 권력의 힘이 긴장관계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내에 지금 핸드폰이 700만대가 있다. 물론 인터넷은 할 수가 없지만 주민들이 핸드폰으로 우리 노래도 듣고, 한국 드라마도 시청한다. 외부 정보의 유입으로 북한 내부의 정보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은 부패가 구조화가 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생각이 조금씩 바뀐다. 지금까지는 정권을 위해 일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집단주의적인 사고를 벗어나서 개인주의적인 사고가 강화되는 그런 모습이 실태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 사회가 점진적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 최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는가=“북한이 최근 동족 관계를 부정하고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다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앞서 말씀드린 실태 보고서, 북한 내부의 변화를 보게 되면 결국 북한 주민의 한국 사회에 대한 존경심을 차단하기 위한 정책의 변화로 보인다. 얼마 전 북한 정권이 일본에 조총련에 보낸 지시문이 있다. 지시문을 확보해보니 ‘우리 민족끼리’라는 말도 쓰지 말아라, ‘민족 대단결’이라는 말도 쓰지말라, 통일에 대해 일체 이야기도 하지 말라. 한반도 지도가 있는 교재들도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북한 정권이 이런 정책을 펴는 것은 결국 북한 주민들의 생각 속에 통일이나 한국의 존재를 완전히 지우려고 하는 시도다. 5월 말부터 7번 풍선을 보냈다. 우리 사회의 불안감을 조장을 하고 남남 갈등을 유발하고, 체제 결속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가 강하게 있다고 본다”
김영호 통일부장관이 12일 강원일보사를 방문해 본보 신형철 정치담당부국장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박승선기자.
■ 최근 남북 간 대결 국면 수위가 높아지는데 이에 대한 불안도 있다=“물론 국민적인 불안감을 해소하고 국민들이 안보 불안 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정부도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북한의 잘못된 행태나 행동에 대해 우리가 방치할 수는 없다. 우리가 북한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더 강한 대응이 우리로부터 나올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게 될 때 북한이 그런 행동을 자제를 할 수 있다.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시킨 남북관계 발전법이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났다.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 강원 접경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고, (대북전단을 살포하는)탈북단체와도 소통하고 있다.”
■ 강원도와 개인적 인연이 있나=“강원도에는 (개인적으로)많이 왔다. 가족들이 춘천 닭갈비를 좋아해서 춘천 중앙시장 앞 닭갈비 집도 자주 찾아왔다. 육군 2군단 근처 유명한 막국수집도 좋아한다.(웃음) 학자로서는 6·25 전쟁을 연구했다. 전쟁 초기 춘천대첩이 갖는 중요한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전쟁 초기 춘천에서 3일간 막아내지 못했다면 전쟁이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다. 미국과 유엔이 북한이 남침을 막은 것도 중요하지만 전쟁 초기 우리 군의 역할이 좀 더 강조될 필요성이 있다.”
김영호 통일부장관이 12일 강원일보사를 방문해 본보 신형철 정치부국장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박승선기자.
최기영기자 answer07@kwnews.co.kr 입력 : 2024-07-15 00:00:00 수정 : 2024-07-15 13:19:55 지면 : 2024-07-15(0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