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에서 24년 만에 여자 유도 최중량급 메달이 나왔다. 주인공은 한국 여자 유도 최중량급의 간판 김하윤(24·안산시청)이다.
김하윤은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유도 여자 78㎏ 이상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카이라 오즈데미르(튀르키예)에게 한판승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유도가 거둔 3번째 메달이다. 앞서 허미미가 여자 57㎏급 은메달, 이준환(22·용인대)이 남자 81㎏급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하윤은 경기 종료 44초를 남겨두고 허벅다리걸기로 절반을 따냈고 10여초 뒤에 곁누르기로 나머지 절반을 채웠다.
이로써 김하윤은 2000년 시드니 대회(김선영 동메달) 이후 24년 만에 여자 유도 최중량급 메달을 한국에 안겼다.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유도가 수확한 3번째 메달이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하윤은 절친한 사이인 허미미의 활약이 큰 자극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하윤은 "허미미가 딴 메달을 만져보게 해주더라. 방에 가서 '야 너 축하한다'고 했는데 '언니, 언니, 메달'이라고 하더라"라고 일화를 전했다.
나이 차가 있지만 대표팀에서 동고동락한 둘은 절친한 사이가 됐다.
김하윤은 자신이 24년 만에 작성된 한국 여자 유도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를 전해 들은 김하윤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정말요?"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알게 돼서 행복하다. 하지만 그래도 김미정 감독님, 조민선 교수님 이후 첫 금메달을 따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김하윤은 밴드 데이식스의 팬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언젠가 데이식스의 콘서트에 가고 싶다"며 "꼭 만나보고 싶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겠다고 다짐했다.
김하윤은 "금메달이면 더 스타가 되지 않겠나. 더 독하게 운동하겠다"고 말했다.
김하윤은 8강전에서 한판승을 선언 받았다가 판정 번복으로 절반패한 아쉬움도 털어냈다.
당시 김하윤은 연장전(골든스코어) 시작 7초에 베아트리스 지소자(브라질)와 다리를 맞걸고 힘 싸움을 하다가 나란히 매트에 떨어졌다.
원심은 김하윤의 한판이었지만, 약 1분 후 심판은 원심을 취소하고 지소자의 절반승으로 번복했다.
김하윤은 지난해 9월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을 획득해 한국 유도의 사상 첫 아시안게임 '노골드' 수모를 막아줬다.
하지만 이때부터 슬럼프가 시작됐다.
국가대표 소집을 앞두고 다쳤던 왼쪽 무릎이 아시안게임을 치르는 과정에서 상태가 악화한 것이다.
재활 운동과 주사 치료를 병행해야 했고 수술까지 고려해야 했을 정도로 심각했다.
올림픽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김하윤은 수술을 미루고 올림픽 레이스에 집중했다.
그러나 의지가 굳세다고 무릎이 말을 듣는 것은 아니다.
안 그래도 최중량급 선수에겐 무릎에 하중이 많이 실린다. 또 체격이 좋은 외국 선수에게 순발력으로 맞서는 김하윤의 유도에도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지난해 국제대회에서 우승 3차례, 3위 2차례를 거뒀던 김하윤은 올해 5월 세계선수권대회 전까지 4개 대회에서 한 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여기에 같은 체급 기대주 이현지(남녕고)의 등장이 김하윤에게 추가적인 자극을 줬다.
이현지는 지난 3월 국내대회에서 김하윤에게 한판패를 안기더니 올해 국제대회에서 우승 1차례, 3위 2차례로 활약했다.
4월 김하윤이 탈락한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이현지는 패기롭게 금메달을 거머쥐기도 했다.
자극받은 김하윤은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야간 훈련도 불사하며 담금질에 매진했다.
김하윤은 아시아선수권이 끝나고 한 달 뒤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곧바로 동메달 쾌거를 이뤘다.
이때를 기점으로 김하윤은 자신감을 많이 회복하고 파리 올림픽에 대한 도전 의식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