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무더위’

7일은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立秋)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기다. 그 체면이라도 살려주려는지 비가 내렸다. 하지만 말복(14일)이 지나지 않아서일까. 폭염의 기세를 꺾기엔 역부족이다. 일부 지역에 소나기가 내렸지만 ‘입추’를 하루 앞둔 6일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찜통더위가 이어졌다. 만나는 사람마다 “더워서 못 살겠다”며 혀를 내두른다. 습도가 높으니 불쾌지수도 당연히 최고치를 향한다. ▼우리나라의 더위는 결코 만만치 않다. 속담에 ‘삼복더위에 쇠뿔도 꼬부라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무더웠던 1994년 여름에 서울에서만 노약자 800여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올여름에는 지난 3일까지 온열질환자가 1,54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명 많다. 낮만큼 밤에도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강릉은 7월19일부터 지난 4일까지 17일째 열대야가 이어졌다. 기상관측 기록이 남아 있는 1912년 이래 ‘가장 긴 열대야’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기록은 2013년 8월3일부터 18일까지 16일이었다. ▼입추는 곡식이 여무는 때다. 옛사람들은 이날 하늘이 청명하면 풍년이 온다고 믿었다. 조선 시대에는 입추가 지나고 닷새 계속 비가 내리면 비를 멎게 해 달라는 기청제를 올렸다. 이 기간에는 성 안으로 통하는 물길을 막고 샘물을 덮어 물을 쓰지 못하게 했다. 중국 진나라 정치가 여불위가 편찬한 ‘여씨춘추’에선 “천자는 마음을 가다듬고 심신을 깨끗이 해 입추 날이 되면 몸소 삼공(三公)·구경(九卿)·제후·대부들을 거느리고 서쪽 성 밖에 나가서 가을맞이 의식을 거행한다”고 했다. ▼폭염은 경제와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 솔로몬 샹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팀은 세계 기온이 0.55도 오를 때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0.7%씩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렇지 않아도 서민들에게 유난히 힘든 여름이다. 무더위라도 일찍 물러나게 할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가을맞이 의식을 하고 싶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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