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문화적인 소양이 자라나야 한다.(이건희 에세이 中)”
한국 미술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는 ‘이건희 컬렉션’을 선보이는 전시인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국립춘천박물관 특별전’이 11일 박물관 본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한다. 이번 특별전은 서울, 광주, 대구, 청주, 제주에 이어지는 국내 순회전의 마지막 전시로 모두 283점의 작품이 선을 보인다.
전시작 중에는 겸재 정선이 비 내린 뒤 인왕산의 자태를 그린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국보)’ 를 비롯해 ‘천수관음보살도(보물)’등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국가지정문화유산 24점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강원도 반닫이와 목가구 1점 , 도자기 27점 등 30점의 기증품은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공개되는 것이라고 한다.
수집가가 ‘강원 별장’을 찾는다는 컨셉트로 구성된 전시공간에서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수납가구인 반닫이, 그 가운데서도 소나무로 두껍고 크게 만든 ‘강원도 반닫이’를 첫번째 전시품으로 만날 수 있다. 모두 8곳으로 나뉘어 진 전시공간을 방문할 때 마다 ‘이야기 명패’가 있어 관람객들은 마치 수집가로 부터 설명을 듣는 것 처럼 전시를 돌아볼 수 있게 구성했다. 각각의 전시공간에 부여된 주제어 아이디어는 이건희 회장의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책 선반에 진열된 각종 물건들을 배합해 그린 ‘책가도’를 전시하고, 바로 옆에 책장형 진열장을 함께 배치해 ‘수집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던지고, 도자기의 탄생과정을 반추하며 ‘변화와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부분들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특히 국보인 ‘백자 청화 대나무무늬 각병’ 소개 코너에서는 사물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입체적 사고’ 체험을 통해 각병의 미감을 색다르게 느낄 수 있도록 조명을 바꾸는가 하면 복제품을 전시, 관람객들이 볼 수 없는 각병 뒷 부분까지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인왕제색도’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독립된 별도의 전시공간을 마련한 것은 단연 이번 전시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전시된 서화작품 가운데 인왕제색도와 천수관음보살도는 10월 8일부터 김홍도가 그린 추성부도(秋聲賦圖·보물)’, 고려불화 ‘수월관음도’로 바뀌고, 11월5일부터는 이번 전시에서 첫 공개되는 ‘금강산도’와 고려불화 ‘아미타여래도’로 교체된다. 이수경 관장은 “이번 특별전은 2022년 시작된 ‘어느 수집가의 초대’의 마지막 순회전이다.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열리는 만큼 강원도의 특성이 살아있는 작품들에 주목했다”며 “이번 특별전 개최로 강원도민의 문화향유 기회가 더욱 증진되고 일상을 풍요롭게 가꿀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특별전은 휴일에 한해 예약제를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