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추석 연휴’

‘천리 먼 고향 만 겹 봉우리 저쪽인데(千里家山萬疊峯)/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길이 꿈속에 있네(歸心長在夢魂中)/ 한송정 가에는 외로이 뜬 달(寒松亭畔孤輪月)/ 경포대 앞에는 한 줄기 바람(鏡浦臺前一陣風)/ 갈매기는 모래 위로 해락 모이락(沙上白鷺恒聚散)/ 파도 위엔 고깃배가 오락가락(波頭漁艇各西東)/ 어느 때 강릉 땅을 다시 밟아서(何時重踏臨瀛路)/ 색동옷 입고 어머니 곁에서 바느질할까(綵舞斑衣膝下縫)’. 신사임당이 고향 강릉의 부모님을 그리워하며 지은 한시 ‘사친(思親)’이다. 이토록 그리운 가족에게 달려가는 추석 연휴가 이번 주부터 시작된다. ▼추석은 신라 유리왕 9년에 시작됐다. 길쌈 경쟁을 벌여 진 편이 이긴 편에 술과 밥을 대접하고 온갖 유희를 즐겼다고 ‘삼국사기’에 전한다. 수확의 계절에 한데 모여 한바탕 신명나게 노는 행사였다. 이후 긴 세월 동안 변하고 다듬어져 지금은 우리에게 행복을 전하는 날이 됐다. 음식을 직접 만들지 않는 집이 늘고 있으나 모여 앉아 웃음꽃 피우는 정겨움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하던 일 멈추고 서둘러 귀성길에 오르는 것도 그 정겨움의 한자락을 잡아 보고 싶어서일 게다. ▼‘고향길이야 순하디 순하게 굽어서/ 누가 그냥 끌러둔 말없는 광목띠와도 같지요/ 산천초목을 마구 뚫고 난 사차선 저쪽으로/ 요샛사람 지방도로 느린 버스로 가며 철들고/ 고속도로 달리며 저마다 급한 사람 되지요....’(고은 ‘귀성’) 가는 길이 좀 불편하고 지루하더라도 고향은 푸근해서 좋다. 세월이 흘러 이웃도 바뀌고 사는 모습도 달라졌지만 귀성길이 언제나 설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즐거워야 할 추석 연휴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더 서럽고 쓸쓸하기도 하다. 올해는 오랜 시간 계속된 경기 침체에 힘들고 지친 이가 유난히 많다. 그래도 함께할 가족과 찾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다. 이번 추석에는 다 같이 보름달과 함께 ‘희망’의 온기를 가슴에 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하는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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