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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민속문화재, 태백산 천제 ‘시민 천제’로 발돋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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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식 태백문화원장

우리나라에서 하늘에 제를 올리는 곳 중 국가민속문화재에서 지내는 곳은 태백산 천제(天祭)가 유일무이하다. 국가민속문화재 천제단에서 올리는 천제에 근래 들어 태백문화원에서는 전국의 시민이 주체자로 참여하는 테마 문화를 새로이 입히고 있다. 바로 2022년부터 천제 봉행을 위해 오르는 시민행렬 문화가 그렇고 천제 봉행 이후에 진행하는 산상음악회 문화가 그렇다.

천제 봉행 시간에 맞춰 오르는 시민행렬은 지금으로부터 1886년 전인 서기 138년 신라 일성왕이 이곳 태백산에 올라 천제를 지냈다는 교과서를 복습하고서다. 일성왕이 수도 경주에서 250㎞ 북쪽에 위치한 우리 태백산에 대신들과 함께 올랐을 거라는 상상하에, 그 역사에 착안해 2022년 태백산 천제 때 처음 시작한 시민행렬 문화다. 지금은 남녀노소 전국의 시민이 자율로 신청을 하고 프랑스, 미국 등 외국인들도 관심으로 참여하는 문화가 됐다. 참여자 모두가 4㎞ 구간을 2시간30분 가까이 선두의 북소리를 나침반 삼아 한마음 한 걸음으로 역사 속을 오르는 시민행렬이다. 오르는 길목 길목 쉼터에서는 장기 자랑도 펼치는데, 이는 서로서로에게 소통과 기(氣)를 불어넣어주는 역할도 한다. 진정으로 시민행렬을 체험하고 즐기는 참가자들이다. 신라시대 대신(大臣)의 복장으로 말이다.

특히 금년이 3회 차인 시민행렬에 2회 참석한 시민도 여럿이고 3회 모두 참석한 열정 넘치는 시민도 다수다. 100명이 훨씬 넘는 참가자들은 행렬 시간에 맞춰 일부는 이른 새벽에 경향 각지에서 출발하는가 하면, 대부분은 태백에서 하루 전 숙식을 한다. 시민행렬 참가가 하나의 가족, 친구 간의 이벤트로 자리 잡고 있다.

천제 봉행 이후 펼쳐지는 산상음악회도 천제 문화다. 1,567m 대한민국 최고 높이에서 천제를 올렸음을 만천하에 소리로 알리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산을 오르지 않으면 절대 마이크를 잡을 수 없는 태백산 천제만의 음악회다. 이 무대는 주 참여자인 소리꾼, 국악인, 성악가에게는 천상천하 최고의 자연적 무대일 거다. 내 노래가 발 아래 겹겹이 즐비한 산줄기 물결 따라 잔잔한 울림을 주는 장엄함도 있기 때문이다.

매회 5개 팀 정도가 음악회에 초청된다. 초청 팀 모두는 산상음악회 하루 전 태백에서 머문다. 그리고 이른 아침 1 시간 남짓 산행 후에 만나는 음악회에 참여한다. 음악회 인생에서 이처럼 가파른 산을 오르는 무대는 처음 맛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태백산이고 개천절이고 천제를 올리고 바다 같은 크나큰 무대에 섰다는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는 음악회다. 특히 10월 초 일기가 고르지 못해 간혹 이슬비가 바람에 날려도 참여 가수들은 자기 시간을 열정으로 이끈다.

민속(民俗) 천제에 문화의 두 축이 가미된 태백산 천제가 2023년도에 지역문화매력 100선에 선정됐다. 시민행렬 문화와 산상음악회 문화를 사랑해 주시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탄생시킨 지역문화매력 100선이다. 이로써 태백산 천제를 뭇 시민들이 새로운 천제, 새로운 문화로 가꾸어 가는 오늘이다. 이제 태백산 천제는 시민 천제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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