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경차가 잘 팔린다는 공식이 올해는 맞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경차 판매가 대형차 선호와 신차 부재 등으로 크게 감소하면서 연간 판매 대수도 2021년 이후 3년 만에 10만대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6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시장에서 경차는 5,838대가 팔리며 작년 같은 달 대비 45.7% 급감했다.
올해 1∼10월 누적 경차 판매량은 8만3,88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0만2,485대)보다 18.2% 줄었다.
이러한 감소세가 남은 2개월 동안 이어질 경우 올해 연간 경차 판매량은 10만대를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연간 경차 판매량이 10만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1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집계에 따르면 국내 경차 판매량은 2012년 21만6,221대로 최다를 기록한 후 매년 감소해 2021년에는 10만대에 못 미치는 9만8,781대까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2021년 9월 현대차의 첫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캐스퍼가 출시되고, 해당 차량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이듬해인 2022년 연간 판매는 13만4,294대까지 늘었다.
지난해에는 35.2㎾h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레이EV가 출시되면서 연간 판매량은 12만4,080대를 기록했다.
자동차 업계는 레저용 차량(RV) 등을 중심으로 대형화·고급화한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이 '경차 외면'으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다.
또 신차 모델이 부재한 가운데 캐스퍼에 기반한 전기차인 캐스퍼EV가 크기가 커지며 소형차로 분류된 것도 경차 판매량을 끌어 올리지 못하는 이유로 지목된다.
자동차업체들이 수익성이 낮은 경차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중대형 차종을 집중하는 것도 이런 추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 불황에 따른 차량 수요 둔화에다 대형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경차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모닝과 레이, 스파크가 이끌어왔던 경차 시장에서 독보적 신차가 출시되지 않는 한 이러한 추세는 돌이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