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이어 고의로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한 언론·유튜버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4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2박 3일간 이어진 여야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대결은 종료됐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허위조작정보근절법'으로 명명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 법안은 불법정보의 개념과 허위·조작정보의 판단 요건 등을 구체화하고 정보통신망 내에서 이들 정보의 유통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인종·국가·지역·성별·장애·연령·사회적 신분·소득수준 및 재산 상태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집단에 직접적인 폭력·차별을 선동하는 정보와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해 인간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정보 등을 불법 정보로 규정, 유통을 금지한다.
손해를 가할 의도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타인의 인격권·재산권 및 공익을 침해하는 허위·조작 정보의 유통 역시 금지된다.
이를 어길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이 부과된다.
언론 및 유튜버 등이 부당한 이익 등을 얻고자 의도적으로 불법·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부과하도록 했다.
아울러 증명이 어려운 손해도 5천만원까지 배상액 부과가 가능하도록 했다.
법원 판결에서 불법·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정보를 두 번 이상 유통한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최대 10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한 허위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이와 관련해 취득한 재물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신설됐다.
민주당은 소관 상임위(과방위)를 거친 법안이 법사위 심사에서 일부 수정된 조항을 두고 위헌 논란이 일면서 막판까지 수정 작업을 거쳤다.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된 법안은 허위·조작정보의 유통금지 조건을 과방위 심사 당시 기준으로 강화한 내용이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경우 과방위 단계에서 현행법의 관련 조문을 삭제했다가 최종안에서 되살렸다.
이에 따라 비방 목적에 따라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법안이 전날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이른바 '슈퍼 입틀막법'이라고 비판하며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이후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정당들의 토론 종결 동의에 따라 법안은 표결을 거쳐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앞서 지난 22일 상정된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안'(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역시 같은 절차를 거쳐 전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이 법안은 내란전담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각각 2개 이상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판사회의가 전담재판부 구성 기준을 마련한 뒤 해당 법원의 사무분담위원회가 판사 배치안을 정하고, 이를 판사회의가 의결하는 절차 등을 밟도록 했다.
서울중앙지법에 내란죄 등 수사 관련 압수수색·체포·구속영장을 전담해 심사하는 영장전담판사 2명 이상을 두도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 해당 영장전담판사 역시 내란전담재판부 구성과 동일한 절차를 통해 보임된다.
전담재판부는 원칙적으로 1심부터 설치되지만, 법 시행 당시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해당 재판부가 계속 심리한다는 내용의 부칙을 뒀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은 현재 지귀연 부장판사가 이끄는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가 계속 담당하게 된다.
한편 언론단체들은 24일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현장에서 언론 탄압의 수단으로 변질되거나 권력자들이 법망을 이용해 비판보도를 위축시키지 않는지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기자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5개 언론단체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법안의 일부 수정에도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 단체는 "허위조작정보를 법으로 규제하는 이상 표현의 자유는 훼손될 것이고, 징벌적 손배가 도입된 이상 권력자들의 소송 남발로 인한 언론 자유 위축은 막을 수 없다"며 "플랫폼의 임시 조치에서 언론은 제외됐지만 유튜버나 블로거에 대한 자의적 조치 남발과 이로 인한 사전검열 우려도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을 향해 "이 법이 규율하고자 하는 대상은 극히 일부의 '허위조작정보'임을 다시금 명확히 하고, 언론·표현의 자유에 대한 훼손 여지를 없앨 수 있도록 법안 내용을 세심히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사실 적시 명예훼손 폐지와 허위사실 명예훼손의 친고죄 전환을 위해 형법과 정보통신망법 재개정에 즉각 나설 것"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