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건설근로자 건강·안전관리에 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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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섭 고용노동부 강원지청장

필자가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한국대사관 노무관으로 근무할 때, 주된 미션은 19701980년대(중동의 건설 호황기) 한국 건설회사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돼 일하셨던 한국 근로자가 사우디 정부에 납부한 사회보험료를 환불받아 내는 일이었다. 사우디 정부에 사회보험료를 납부했으나 근로 후 모두 한국으로 돌아오셨기에 사우디 정부로부터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한국 정부와 사우디 정부가 협약을 체결해 사회보험료를 한국 근로자에게 되돌려 주기로 결정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화 부족과 대규모 실직 상황에서 사우디로부터의 사회보험료 환불은 국가적으로는 외화 획득, 근로자에게는 수입 증대와 생활 안정 도모의 효과가 있었다. 저는 한 명의 근로자라도 더 환불받을 수 있도록 사우디의 사회보험청을 매일같이 찾아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속한 업무 처리를 부탁하였고, 3년의 근무 중 환불받은 사회보험료는 약 670만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당시 한국 건설근로자는 사우디의 살인적인 더위(최고 기온 55도)를 피해 새벽, 아침, 저녁 늦게까지 일하였다. 이를 지켜본 사우디 국왕은 한국 건설근로자의 노고와 열정에 감동하였고, 더 많은 건설공사를 한국 건설사에 맡기라고 지시했다는 미담도 현지 한국 교민사회에 구전되고 있었다. 한국 건설회사의 기술력과 건설근로자의 노고를 인정받은 결과였다.

이렇듯 우리의 선배라 할 수 있는 건설근로자의 피와 땀으로 대한민국의 산업화는 더 가속화되었고, 오늘날 세계 경제 대국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 당시 건설근로자의 노고와 희생을 잘 알기에 저는 건설근로자 앞에 서면 숙연해지는 마음이 든다.

최근에 현장 안전을 점검하고 안전 결의를 통한 안전의식 확산을 위해 건설 공사장을 찾았다. 근로자 모두와 함께 안전이 가장 소중한 가치이므로 안전 일터를 만들기 위해 다 같이 협력하자고 다짐했다. 작업 공정에서 위험 요소가 있다고 판단되면 즉시 작업중지권을 활용해 안전 조치를 취한 후에 작업을 재개하는 모습을 보았고, 원청과 하청이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으는 노력도 확인했다. 고생하시는 근로자와 건설회사 관계자의 안전 노력에 저는 고마움과 감사, 사랑의 마음을 전하였다.

안전 일터 조성의 첫 출발점은 무엇일까? 저는 안전을 염원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산업화를 선두에서 이끌었던 어느 그룹의 선대회장은 산업화가 진행되던 와중에 중대 재해가 빈번히 발생하자 “네 식구를 데려다가 일하고 있다는 마음으로 안전 조치를 취하라”고 임원에게 지시하셨다고 한다. 모든 근로자가 안전하여야 하니 ‘현장 근로자 모두가 내 가족이다’는 생각을 가지고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함을 강조한 말씀이다. 그렇다. 현장에서 같이 일하는 근로자는 원·하청을 떠나 모두가 동고동락하는 한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을 엄격히 집행하면서 현장의 안전이 더욱 제고되도록 감독과 지원을 병행해 나가고 있다. 작업 공정의 위험성이 높아 중대 재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건설 현장에 대해서는 더욱 집중적으로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갈 계획이다. 건설 현장에서도 안전 일터 조성에 더욱 노력하여 줄 것을 당부한다. ‘청정 강원, 청정 안전’이 실현되는 그날까지 우리의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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