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의 5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추진에 자영업자들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고용노동 정책의 주요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하며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의 단계적 방안 마련을 위해 조사·분석과 사회적 대화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최근 영세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근로 실태와 해외 근로기준법 적용 사례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알려지면서 경제계와 노동계가 연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그 어느 때보다 큰 만큼 섣부른 확대 시행은 자칫 사회적 혼란만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도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4일 도내 지역회장 및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정부와 여당이 확대 적용을 추진한다면 생존권을 위해 국회 항의 방문과 기자회견, 현수막 시위와 대규모 상경 시위 등으로 강력 대응키로 했다. 강원지역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도 더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2022년 8.1%였던 강원지역 음식점 폐업률은 올해 10.6%까지 뛰었다. 원주, 춘천, 강릉 등 도내 주요 도시의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정부의 지원책이 종료된 이후 고금리, 고물가, 내수 침체가 겹치며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극대화됐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선의로 포장한 정책이 일자리를 죽이고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오는 ‘약자 보호의 역설’이 이번에도 우려된다.
근로기준법을 모든 근로자에게 차별 없이 적용하는 것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문제는 준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지금 영세 사업자들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과 고금리, 소비 부진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영세 사업자들이 벼랑 끝에 선 상황에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은 고용 축소, 줄폐업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여당은 근로기준법 ‘단계적 추진’을 1년 넘게 검토해 왔다. 하지만 아직 단계적 적용에 대한 구체적 방안도, 영세 업체의 비용 부담 증가에 대한 추계도 내놓지 않았다. 섣부른 실행은 또 다른 노동 약자인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충분한 노사정 협의를 거쳐 단계적 적용 로드맵부터 마련해야 한다. 속도 조절 없는 무리한 시행으로 영세 사업자의 생존을 위협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