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美, 尹 탄핵소추에 "한국 민주적 회복력 확인…대통령 권한대행과 일할 준비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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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 "美 국민, 한국 국민들과 계속해서 어깨 나란히 할 것"
블링컨 美국무장관 "우리는 한국과의 한미동맹 강력 지지"
전문가 "한미동맹 굳건…트럼프 대응할 외교력 약화 우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미국 정부는 14일(현지시간) 한미관계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반응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이 직무 정지 상태가 되고, 한덕수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비상한 상황에서도 한미관계와, 한미동맹에 따른 미국의 대한국 방어 공약은 흔들림이 없음을 부각한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14일(현지시간)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미국은 한국, 한국 국민과 민주적인 절차 및 법치에 대한 지지를 재차 강조한다"면서 "한미 동맹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철통같다"고 말했다.

이어 "수년간 한미동맹은 큰 진전을 이뤘으며 미국은 한국과 함께 더 많은 진전을 이루기를 고대한다"면서 "우리는 양국의 상호 이익 및 공동 가치를 진전시키기 위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및 한국 정부와 함께 이 일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중동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도 이날 요르단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탄핵소추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는 한국 국민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철통같은 한미동맹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중대 우려"를 표하고, "심한 오판"(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이라는 비외교적 언사까지 동원하는 등 비판적인 시각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미국은 비상계엄 해제 이후 탄핵 관련 국회의 움직임을 "민주적 절차"와 "법치"에 부합하는 것으로 규정했고, 시민들의 평화 시위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고 있다. 2024.12.14

더 중요한 것은 내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 이후의 한미관계다.

취임 전부터 관세를 앞세운 공세적인 '미국 우선주의' 정책들을 예고하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한 이후까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질 경우 한미간 대면 정상회담은 트럼프 당선인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한국이 정식 대통령 체제로 복구됨으로써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할 때까지 트럼프 당선인이 방위비(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의 부담분) 협상 등과 관련한 요구 사항을 꺼내지 않고 기다려줄 것인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제기하며 압박하려 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1월에도 한국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직무정지로 인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 체제였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총리

당시 처음 집권한 트럼프는 대한반도 정책 수립에 시간이 필요했기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에 대한 본격적인 요구는 2017년 6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 제기했다.

그러나 집권 1기의 경험 위에서 맞이하는 집권 2기에는 8년전보다 더 이른 시점에 요구 사항을 꺼내 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결국 한국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트럼프 취임식이 열리는 내년 1월20일 이후까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주미대사(2009∼2012년) 경험이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총리의 대미외교와 관련한 '관리 능력'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날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대해 "우리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의 회복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NSC는 "한미 동맹은 굳건하며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국민은 한국의 국민들과 함께 계속해서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동방문중 언론에 입장 밝히는 블링컨 미 국무[로이터=연합뉴스.재판매 및 DB금지]

미국의 한국 전문가들은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에 대해 한미관계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그간 윤 대통령이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교·안보 문제가 발생할 경우 미국과 협의할 주체가 명확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한국 정부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다만 탄핵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어느 정도의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한국이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비할 외교 역량이 크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트로이 스탠거론 윌슨센터 한국 역사·공공정책 연구센터 국장[윌슨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트로이 스탠거론 윌슨센터 한국 역사·공공정책 연구센터 국장은 "한국의 현 위기와 관련해 미국이 가진 근본적인 우려는 이 사태가 헌법에 부합하는 수단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지와 위기 시 지휘계통이 어떻게 작동하느냐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만약 북한이 도발하면 누구에게 의사 결정 권한이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지며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은 지휘계통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헌법 질서를 복원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그리고 이후 대선을 치르더라도 미국 당국자들이 한국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분명한 지휘계통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새 행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새로운 정책 구상은 불가능하겠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이제 미국은 한미관계의 주요 측면을 관리하기 위해 한덕수 권한대행의 정부와 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탠거론 국장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뒤따른 정치 위기는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로 넘어가는 과도기와 트럼프 취임 초반이라는 중대한 시기에 한국의 정치 리더십에 공백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한국이 무역 정책, 우크라이나 종전,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를 접촉할 수 있는 역량이 약화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 정치 위기가 없었다면 한국은 새로운 관세를 면제받거나 한국 기업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범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를 적극적으로 접촉했을 것이다. 한국의 정치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자기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 구성원들을 접촉하는 게 대단히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방위비분담협정 서명하는 랩슨 주한미국대사 대리[연합뉴스 자료사진]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 대리는 탄핵 소추안 가결에 대해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촉발한 이 심각한 법적·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이 밟아 나아갈 헌법적 경로에 대해 명확성을 제시함으로써 한미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순간에는 누가 정부를 운영하고 나라를 이끄는지 불확실한데 이는 한미동맹과 동맹의 효과적인 운영에 잠재적 위험과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굳건한 양자 동맹과 파트너십은 한국과 한국 국민과 맺은 것이지 특정 한국 지도자와 맺은 게 아니고, 이는 우리가 그의 특정 정책 일부를 아무리 선호하더라도 그렇다"면서 "만약 윤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대통령직을 상실하더라도 우리의 굳건한 동맹과 파트너십은 견뎌 내고 계속해서 번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북아시아와 그 너머의 지정학·경제적 상황이 특히 트럼프 2기의 임박한 출범, 일본의 리더십 약화, 대담해진 북한, 규범에 기반한 질서에 계속 도전하는 중국 때문에 앞으로 변화와 불확실성이 가득한 상태에서 한국이 리더십 위기와 공백을 최대한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헌법에 따른 절차를 똑바로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폴 공 루거센터 선임연구원[폴 공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폴 공 루거센터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현재 한국 정부의 상황으로 인해 외교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을 수 있음을 지적한 뒤 "호주와 일본 같은 주변국은 열심히 뛸 텐데 한국은 그냥 벤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게 치명적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당장 취임 첫날부터 관세를 때린다고 하면 나라마다 협상팀을 워싱턴에 보내서 어떻게든 관세를 낮추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 상무부나 미무역대표부(USTR)가 한국 산업부 사람들을 먼저 만나려고 하겠나. 번호표 받고 줄 서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 트럼프 당선인이 대사들을 지명하고 있는데 이런 상태에서는 주한미국대사를 지명하기가 좀 곤란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아시아 국가 대사들도 발표할 텐데 그때 한국을 어떻게 할지 보면 트럼프 당선인의 태도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앤드루 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이메일 답변에서 "국민의힘이 이끄는 현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 정책을 계속하고 트럼프에게 한국이 미국 경제와 동맹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할 테지만, 문제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가라앉기까지 한국과 관계의 우선순위를 낮게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정치적 혼란 때문에 윤 대통령의 원했던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높은 지위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다. 누가 권력을 잡게 되든 앞으로 몇 개월간 대통령 자리가 정치적 진공 상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은 한반도의 방어와 억제력에 어떤 틈도 생기지 않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한국의 민주주의 제도가 여전히 온전하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발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시드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이 혼란스러운 틈을 노려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시드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난 김정은이 한국 정부가 약해진 것에 대담해진 나머지 제한적인 무력 사용이나 어떤 형태의 도발을 하는 등 상황을 악용하려고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사일러 고문은 이어 "김정은이 도발을 통해 한국 정부를 더 약화하고 한반도에 긴장을 일으키는 등 위기 국면을 조성해 협상을 유리하게 재개하기 위한 기반을 깔려고 할 수 있다. 한국 내에 비핵화 포기나 대북 제재 완화, 한미연합훈련 자제를 주장하는 여론을 조장하려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 권한대행이 주미대사를 지내는 등 외교와 국정 경험이 많아 혼란스러운 시기에 한미관계를 잘 관리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한미관계는 계속 굳건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사일러 고문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 담당 보좌관을 지낼 당시 주미대사였던 한 총리를 처음 만났다면서 "트럼프는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관세 부과를 신속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커 한국이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텐데 한 권한대행이 과업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라 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은 가치와 이익, 위협을 공유하고 있는데 그게 동맹의 원동력이다. 바이든-문재인 시대에도 북한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달랐고 이해관계가 달랐지만, 한미동맹은 굳건했으며 그게 이번에 재앙적으로 무너질 것이라 생각할 이유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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