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폐광지 세계유산화, 강원인의 모든 역량 동원을

강원일보, 한국 석탄산업 100년 역사 재조명
유네스코 등재로 지역 정체성과 발전 이뤄내야
국제 전문가와 협력, 석탄문화 체계적 정리를

창간 80주년을 맞은 강원일보는 2025년 우리나라 국영탄광의 완전 폐광을 앞두고 석탄산업 100년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이를 산업유산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대장정에 돌입했다. 석탄산업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한 역사적 상징으로서 그 가치는 경제적 성과를 넘어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과 급진적 폐광 정책의 여파로 이 산업의 역사적 정체성과 지역적 중요성이 점차 잊혀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원특별자치도와 지역사회는 세계유산화를 통해 석탄산업의 가치를 되살리고 폐광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모든 역량이 총동원돼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17개 탄광이 이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이들은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핵심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석탄산업의 상징성과 문화적 독창성을 갖추고 있음에도 세계유산화에 대한 노력과 관심이 부족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특색 있는 석탄문화와 폐광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기반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특히 탄광 주민들의 독특한 삶의 양식과 노동문화는 유네스코가 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충족시킬 가능성이 높다. 폐광지역의 세계유산화는 단순한 과거 회고에 그쳐서는 안 된다. 미래를 향한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과 연계돼야 한다. 우선은 첨단산업으로의 전환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이미 태백 미래자원 클러스터와 삼척 중입자 가속기 의료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첨단산업 전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반도체 필수 재료인 영월 텅스텐과 석탄 경석을 신소재화해 첨단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SOC(사회간접자본) 확충이다. 폐광지역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교통망 확충이 필수적이다. 영월~삼척 고속도로와 같은 대규모 인프라 사업은 관광객 유치와 지역 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제공한다. 이로써 접근성을 높이고 폐광지역이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 전국적, 국제적 연계망의 일부로 재편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다 문화적 자산의 발굴과 보존이 요구된다. 탄광 주민들의 삶과 노동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지역 주민과 협력해 구술사 작업을 진행하고, 석탄산업 관련 유물을 체계적으로 수집해야 한다. 이러한 자료는 단순히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교육과 관광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국제 협력과 네트워크 구축도 빼놓을 수 없다. 즉, 국제적인 공조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유네스코 등재 경험이 있는 국가와 협력하며 국제 전문가와 함께 석탄문화의 가치를 짜임새 있게 정리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 석탄산업의 독창성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유네스코의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 나가야 할 때다.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