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의 탄핵소추에 온 나라가 휘말려 있다. 새해 희망을 나눠야 할 시기임에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만 주위에 가득하다. 조속히 이 상황이 정리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12.3 비상계엄’ 및 대통령의 탄핵소추, 헌법재판 과정은 부부가 ‘이혼절차’를 밟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그 판단을 가정법원이 아닌 헌법재판소가 내린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구인 국회는 △전시 사변 등의 시기가 아님에도 비상계엄을 선포한 점(헌법 77조 위반), △대통령이 군(軍)과 경(警)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려 한 점(헌법 40조 위반), △계엄선포 시 국무회의 소집 및 국무위원 부서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점(헌법 82조 위반) 등을 이유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 처리했다. 이는 이혼소송을 제기한 것과 다름없다.
여기서 소송 당사자(피고소인)인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의 결백과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수사(직권남용, 내란 등 혐의)에 적극 임하고,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소명할 필요가 있다. 이를 거부한다면, 탄핵심판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자신의 변호는 의무라기 보다 권리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법격언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는 국회 측과 계엄 선포가 불가피했다는 대통령 측의 주장을 충분히 검토한 뒤, 대통령직 유지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불복 절차가 없는 단심제인 만큼, 그 어떤 판결보다도 신중해야 한다. 또 비상계엄은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 헌법의 근본 이념인 민주공화국 원칙과 국민주권주의에 반하며, 입법·사법·행정부 간 삼권분립을 뒤흔들어 국가 질서를 전반적으로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단해 줘야만 안정적인 국정을 회복할 수 있다.
함께 기억해야 할 점은 부부가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6가지 사유(민법 제840조)의 마지막 조항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다. 이혼을 결정하는 데 있어 핵심적 기준이 되고 있는 이 조항은 아무리 논리적으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라고 해도 더 이상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양측의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경우 적용된다.
이번 비상계엄과 관련해서도 완전히 대립된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는 ‘국민과 대통령의 계약관계'를 계속 유지할 여지가 전혀 없는 수준까지 신뢰가 파탄되었는지, 혹은 아직 회복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지를 엄정하게 따져야 한다. 대통령과 국민 간 신뢰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훼손돼 국가 운영의 본질이 심각하게 흔들렸다고 판단한다면 ‘파면’ 이외의 선택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수준까지 인정되기 어렵다고 본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처럼 파면 요건 미달로 판단할 수도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헌법재판소는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을 방조하고 기업들로부터 부당한 자금을 지원받도록 한 국정농단 행위 등을 파면 사유로 인정했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등 민간인이 정부 정책 전반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허용했고, 이를 대통령이 충분히 제지하지 않고 은폐·방조함으로써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는 점이 문제의 본질이었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행위가 대통령의 헌법상 책무인 ‘성실한 직책 수행’과 ‘국민주권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한 중대한 위헌·위법 사안이라고 보았기에 파면을 결정했다.
이번에도 헌법재판소는 기존의 판례들처럼 정치적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헌법 정신과 사실관계에 입각해 철저하게 판단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