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지역 영화제들이 잇단 예산 삭감으로 존폐 위기에 놓였다.
강릉 정동진독립영화제의 올해 예산은 5,000만원으로 지난해 예산(1억2,000만원)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으로 영화제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영화제가 1만4,553명의 역대 최다 관객수를 기록한 만큼, 영화인들은 예산 삭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정동진독립영화제를 운영하는 강릉씨네마떼끄는 이달 초 예산복원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고 연대서명을 받은 데 이어 지난 16일 2차 연대서명을 재개했다. 지난 3일부터 12일까지 이어진 1차 연대서명에는 총 86개 단체, 3,574명이 동참했다.
원주옥상영화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 예산 확보를 실패하면서 영화제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해 영화제는 부족한 재원을 공모사업비 및 시민후원으로 충당했지만,선정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공모사업만으로는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영화진흥위원회의 공모사업 규모가 크게 축소되면서 도내 영화제의 국비 확보는 더욱 어려졌다.
춘천영화제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춘천영화제의 올해 예산은 2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3,000만원 삭감됐다. 극장대관을 포함한 필수 운영비를 충당하기에도 빠듯한 예산에 영화제는 올해 사무국 임차조차 못하고 있다.
지역 영화인들은 근거 없는 예산 삭감에 강원 영화 생태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주환 강원독립영화협회장은 “강원지역 영화제들은 코로나 이후 침체된 영화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들을 거두고 있지만, 지자체 예산 삭감으로 줄줄이 사라지거나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며 “영화제 지원 예산 삭감은 한국 영화의 다양성은 물론 강원도민의 문화 향유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