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尹 "국회의원들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 없고, 계엄 포고령 집행 의사나 실행할 계획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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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 직접 출석해 탄핵소추 사유들 전면 부인
"자유민주주의 신념 하나로 살아와…재판관들께 송구스러운 마음"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2025.1.21 [공동취재=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 직접 출석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탄핵소추 사유들을 전면 부인했다. 당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고, 계엄 포고령은 집행 의사나 실행할 계획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께 헌재의 탄핵심판 3차 변론이 시작하면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출석 확인이 끝나자 "양해해주시면…"이라며 문 대행에게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문 대행이 허가하자 윤 대통령은 "제가 오늘 처음 출석해서 간단하게만 말씀드리겠다"며 앉은 상태로 재판관들을 바라보며 발언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여러 헌법 소송으로 업무가 과중한데 제 탄핵 사건으로 고생을 하시게 돼서 재판관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저는 철들고 난 이후로 지금까지 특히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라며 "헌법재판소도 헌법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만큼 우리 재판관들께서 여러모로 잘 살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필요한 상황이 되거나 질문이 계시면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며 발언을 마쳤다.

문 대행은 "말씀 잘 들었다"며 다음 절차를 진행했다.

문 대행은 앞서 이날 재판에서 제출된 서면확인과 증거제출, 채택된 증거확인 등을 하겠다고 재판 진행순서를 설명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이 열리고 있다. 2025.1.21 [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행은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윤 대통령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문 대행이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윤 대통령은 "저는 이걸 준 적도 없고 나중에 이런 계엄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며 "기사 내용도 부정확하고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국방부 장관밖에 없는데 장관은 그때 구속되어 있어서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 했다. 그런데 (기사) 내용을 보면 내용 자체가 서로 모순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작년 12월 3일 오후 10시 40분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하라는 취지의 문건(쪽지)을 건넸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최 대행은 지난달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비상계엄 국무회의에서 받았다는 쪽지의 내용을 묻자 "내용은 자세히 보지 못했다"며 "대통령이 직접 준 것은 아니고, 그 자리에서 실무자가 저에게 준 참고자료"라고 답한 바 있다.

문 대행이 윤 대통령을 직접 신문하려 하자 윤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차기환 변호사가 "예정돼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윤 대통령이 "재판장께서 하시는 것이면…"이라며 답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의 배경으로 대리인단이 주장해온 '부정선거론'에 관해서는 "계엄을 선포하기 이전에 여러 가지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드는 게 많이 있었다"며 "2023년 10월 국정원이 선거관리위원회 전산 장비의 극히 일부를 점검한 결과 문제가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정 선거 자체를 색출하라는 게 아니라 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스크리닝(점검)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했던 것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자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재판관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1.21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계엄군을 투입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는 "막거나 연기한다고 막아지는 일이 아니다"라며 "국회법에 딱 맞지 않는 신속한 결의를 했다. 그렇지만 저는 그걸 보고 바로 군을 철수시켰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선포한 포고령은 형식적인 것으로 실제 집행할 의사가 없었고 정치인 체포·사살 지시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차 변호사는 "포고령은 계엄의 형식을 갖추기 위한 것이지 집행할 의사가 없었고 집행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며 "집행의 구체적인 의사가 없었으므로 실행할 계획도 없었고, 포고령을 집행할 기구 구성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고령 1호는 외형의 형식을 갖추기 위해 김용현 장관이 초안을 잡아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검토·수정한 것"이라며 "굳이 말하자면 포고령 1호는 국회의 불법적인 행동이 있으면 금지하고자 하는 것이지, 결코 국회의 해산을 명하거나 정상적인 국회 활동을 금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국회에 군을 투입한 이유에 관해서는 "망국적 행태를 국민에게 알리고 시민이 몰리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차 변호사는 '정치인·법조인 체포 지시 의혹'에 대해 "피청구인은 계엄 선포 당시 결코 법조인을 체포·구금하라고 지시한 바가 없다"며 "한동훈 여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고 지시한 바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 대표를 사살하라는 터무니없는 지시를 한 바가 없는데 그런 황당한 주장을 탄핵소추 사유로 주장하는 것은 그 부당성에 대해 더 말할 필요가 없다"며 소추 사유를 부인했다.

지난 2차 변론에서 정형식 재판관이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반국가적 행위란 무엇이냐'고 물은 것에 대해 차 변호사는 이날 "국가 안보 측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국익을 해하여 나라의 위기를 초래하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했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인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국회 측 법률대리인 공동 대표인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 등이 출석하고 있다. 2025.1.21 [사진공동취재단]

반면 윤 대통령 탄핵 소추인단인 국회 측은 변론에 앞서 "대통령의 일관된 사법시스템 부정이 충격적인 폭동 사태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국회 대리인단 공동대표인 김이수 변호사는 이날 오후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새해 첫날 시위대를 향해 '여러분과 끝까지 싸우겠다'고 메시지를 낸 이래 일관되게 사법시스템을 부정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변호사는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을 애국시민이라 하며 선동성을 더해가고 있다"며 "대통령의 일관된 사법시스템 부정행위가 결국 1월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에서 벌어진 극우 시위대의 충격적 폭동 사태로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속한 탄핵심판을 통한 대통령의 파면이 무너져가는 법치주의 회복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측 이광범 변호사도 "피청구인은 자신이 대통령인 나라의 사법 체계를 부인하고 요새화된 관저에 피신해 있다가 체포·구속되는 순간에도 영상과 자필 메시지로 지지자를 부추겼다"며 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대해선 "피청구인이 반성하고 물러났더라면 목격하지 않아도 됐을 장면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억지로라도 판을 뒤집어보겠다는 미몽이자 탄핵심판을 무력화하고자 하는 억지"라며 "그렇더라도 저희는 한치도 방심하지 않고 신속한 파면 결정을 받아 내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3차 변론이 열리는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2025.1.21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오후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윤 대통령이 출석하자 헌법재판소 일대에 모여든 지지자들은 격앙됐다.

윤 대통령은 법무부 호송용 승합차를 타고 이날 낮 12시 48분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을 출발해 오후 1시 11분께 서울 종로구 헌재에 도착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모습이었다.

현장에 배치된 일부 경찰 기동대원은 헬멧과 방패, 진압복을 착용하고 캡사이신 분사기를 준비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동원된 경찰버스는 192대다. 헌재 주변엔 차벽이 겹겹이 쳐졌다. 헌재 방면 시야를 가리기 위해 높이 4m가량의 폴리스라인도 설치됐다.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는 이 모습을 보고 "대통령님 못 보게 하려고 차벽을 쳤다", "부정선거 척결하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한 중년 여성은 오후 1시 30분께 안국역 2번 출구 인근에서 경찰 저지를 뚫으려다 경찰관을 폭행해 연행되기도 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지지자들은 "평화 시위하는 사람을 왜 데려가느냐"고 반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에 출석하기 위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윤 대통령을 태운 호송차량이 향하고 있다. 2025.1.21 사진=연합뉴스

헌재 일대는 출입이 통제됐다. 바리케이드 앞 경찰은 "기자들과 직원들만 보내주고 나머지는 다 돌아가라. 유튜버는 안 된다"고 말했다. 채증 경고도 했다.

취재진이나 방청객이 출입증 확인 후 들어가는 모습에 한 지지자는 "밀고 가자"고 외쳤지만, 옆에 있던 지지자가 "다 잡아가요"라며 말렸다.

헌재 앞이 가로막히자 안국역 2번 출구로 향했던 지지자들은 "시민 통행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반대편 4번 출구에선 진보 성향 유튜버들이 대형 스피커를 통해 욕설을 던지기도 했다. 다만 경찰 통제로 양측 간 충돌은 없었다.

종로경찰서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집회 신고가 된 장소로 이동해달라고 방송했으나 이들은 "물러서지 말자"며 야유했다. 그러다가도 다른 지지자가 "물리적 충돌을 유도하는 사람은 좌파 프락치"라고 소리치면 또 호응했다.

안국역 5번 출구에서 집회를 연 보수 성향 '엄마 부대'는 "어쩌려고 대통령을 못 보게 하느냐"며 "좌파 빨갱이 꺼져"라고 소리 질렀다.

오후 2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경운동 노인복지센터 앞 자유통일당 집회에 4천명, 안국역 주변에는 지지자 200여명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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