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횡성군과 원주시는 지리적으로 맞닿아 있지만 지역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사업으로도 맞물려 있다. 원주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문제가 그렇고 원주공항의 국제공항 승격 문제도 그렇다. 이뿐만이 아니라 지역소멸 문제 해결의 마중물이 될 ‘강원형 기회발전특구’인 반도체·의료·미래차 융복합산업지구로도 묶였다. 원주시는 지난해 특구지정이 됐고 횡성군은 탈락했지만 조만간 추가 지정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사업 추진을 바라보는 횡성군과 원주시 두 지자체의 입장은 서로 엇갈리고 있다. 한마디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두 지자체는 지금 수도권을 제외한 지자체가 직면한 지역소멸 앞에서 서로 협력해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지만 접근하는 셈법은 너무 다르다. 배려는커녕 신뢰조차 않는다.
원주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문제만 봐도 그렇다. 횡성군은 지역소멸 해법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지역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원주상수원보호구역이 반드시 해제돼야 한다고 원주시에 줄기차게 외치고 있지만 원주시는 들은 척도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두 지자체 간 무슨 신뢰가 쌓이겠는가? 두 지자체의 동반성장과 발전을 위해 무슨 일을 같이 도모할 수 있겠는가?
최근 원주시장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주공항을 국제물류공항으로 승격시키면 원주시의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사업은 물론 인근 횡성군이 추진 중인 미래모빌리티 연구실증단지 조성에도 엄청난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원주공항의 국제공항 승격과 관련해 횡성군과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몇 십년을 질질 끌고 온 원주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문제 하나조차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해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과연 이런 대형 국책 사업에 공감대가 형성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원주시장이 말한 우리 횡성군이 추진 중인 미래모빌리티 연구실증단지 조성의 최우선 성공 조건은 규제 혁파에 달려 있다. 지역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원주상수원보호구역 해제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원주공항이 국제공항으로 승격된다고 해도 엄청난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각종 규제에 둘러싸여 있는데 어느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어떤 일을 같이 추진할 때는 서로의 신뢰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다음에 장애물을 미리 제거하고 일을 진행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만큼 일 처리 과정에서 신뢰(信賴)가 중요하다. 신뢰는 타인의 미래 행동이 자신에게 호의적이거나 또는 최소한 악의적이지는 않을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믿음을 말한다고 한다. 즉, 신뢰는 상대가 어떻게 행동할 것이라는 믿음하에 상대방의 협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원주시가 원주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문제에 대처하는 모습을 대입해 보면 횡성군이 원주시에 기대와 믿음을 갖고 서로 협력해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게 맞을까 하는 우려 섞인 생각이 든다.
신뢰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로 한다고 한다. 그 관계 속에서 존재하며, 신뢰가 있음으로 해서 관련 행위자들은 협동을 할 수 있다. 사회적 관계 내에서 합리적인 지자체라면 자신이 먼저 신뢰를 주고 나서 자신에게 신뢰를 주도록 하거나 사회적 신뢰가 형성되기를 바라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쉽게 말하면 가는 게 있어야 오는 게 있다는 말로, 이 대목은 원주시가 새겨듣기를 바란다.
원주시도 한강유역 폐수배출시설 설치 제한 규제로 인해 서부권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다. 횡성군과 마찬가지로 지역 발전과 개발을 위해서는 이 규제를 반드시 풀어야 하지 않은가?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으로 횡성군과의 상생을 생각했으면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횡성군과 원주시는 지역소멸 문제, 원주공항 문제, 기회발전특구 지정 등 앞으로도 서로 협업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고 또한 많이 생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먼저 해결할 문제는 먼저 해결하고 나서 신뢰를 바탕으로 양 지자체 발전을 위해 협업을 하는 게 순리이고 배려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