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2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2020~2022년)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는 OECD 38개 회원국 중 35위로 낮게 나타났는데 소득이 낮을수록, 또 연령이 높아질수록 삶의 만족도는 하락했다(청소년 만족도 56%에 비해 노년 만족도 30%).
우리나라 노인들의 삶의 실태는 매우 심각하다. 70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OECD회원국 중 가장 높은데 평균의 3배가량 되며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0%(전체 15%)로 에스토니아 다음으로 높다. 2022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고용률은 36%로 회원국 중 최고이지만 60세 이상 소득만족도는 25.6%로 전 세대 중 가장 낮다. 노인들이 가난하기에 은퇴 후에도 강제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으면서도 소득과 만족도는 낮다는 것을 보여 준다. 뿐만 아니라 25.2%인 60세 이상의 여가생활 만족도와 스포츠, 문화예술 관람 횟수도 최하위다.
행복지수가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낮아졌다가 50대 이후 반등하는 U자형을 그리는 것이 선·후진국과 남녀를 불문하고 보통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노년에도 지속 하락하는 예외적인 모습을 보인다. 은퇴자가 은퇴하면서 일에 대한 부담에서는 벗어나면서도 현대 복지국가에서 연금 등으로 노후 소득이 보장되기에 노인들의 행복지수가 반등하는 것이 일반적인 데 반해 우리 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노인들만 보기 드물게 남들과 달리 삶의 만족도와 행복지수가 극히 낮고, 자살률은 매우 높은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재무적 요인을 보자면 가난해서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 40%는 OECD 전체 평균(15%)보다 매우 높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 빈곤율(14%)보다도 훨씬 높다. 이러니 수명은 길어졌는데 하루하루 살기 힘들고 마음에도 여유를 갖기 어렵다. 남 보기도 부끄럽고 당연히 자신감도 떨어지게 된다. 자연스럽게 노동 강요로 이어지고 성공적 은퇴생활을 위한 선택의 여지는 없어진다. 한마디로 은퇴 전보다 나을 게 없다.
노인 가난의 주된 이유는 국민연금 불비에 있다. 대다수 은퇴자들의 주소득은 실제로 연금인데 그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2023년 기준 3,600만 생산가능인구중 2,200만명이 가입한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2024년 소득대체율이 40%도 안 돼 OECD 평균 60%에 훨씬 못 미친다. 참고로 우리 국민연금과 같은 성격인 일본 후생연금의 소득대체율도 61%(보험료율 18%)이다. 기본적으로 대다수 국민이 가입 대상인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다는 것이 노인의 가난과 불행의 1차적 원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다음으로 비재무적 원인도 있다. 일반적으로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부머라고 하는데 최근 은퇴했거나 곧 은퇴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들은 20세기 후반 우리 사회의 산업화의 주역이다. 하지만 정신없이 일만 하면서 너무 빡빡하게 살다 보니 정작 소중한 자유와 여유의 경험이 별로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주어진 임무 해결은 많이 해 봤지만 새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경험은 부족하다.
돈도 없고 진정한 내면의 자유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 그들이 지금 우리나라의 노인들이다. 결과는 불안, 조급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가진 것도 없고 마음에 여유도 없는 이들, 그들이 이 땅의 노인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국민연금 개혁을 통해 산업화의 주역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자유는 그들의 몫이다. 길게 보고 스스로 자유와 친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