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로봇과 함께하는 체류형 관광으로

 이미옥 전 춘천시의원

푸르름의 시작이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공지천을 나서니 성큼 다가선 봄이 걸음마저 재촉한다. 그 어느 해보다 길었던 겨울이다. 춥고 어두웠던 계절을 시야 밖으로 몰아내자 레고랜드가 눈앞에 나타났다. 장난감 인형의 성. 제법 푸르던 섬이었는데 나무 하나 보이지 않는 것이 우선 아쉽다. 개발 초기부터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춘천을 상당한 도시로 이끌어 줄 거라는 장밋빛 기대도 없지 않았는데 지금으로선 레고랜드로의 화려한 외출이 멀어진 느낌이다.

시대의 변화가 작용했을까? 이제는 여행도 자신의 내면에 자리한 의미를 추구하는 것 같다. 며칠 전 이웃하고 있는 지인이 ‘1주일 살이’를 하고 왔다. 지인은 해당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무료 숙박권을 이용했다고 한다. 대신 1일 1회 그 지역의 관광지나 체류 동안의 느낌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로 올리는 것이 조건이더라 했다. 추억 한편을 반드시 남기고 가라는 게 조건이라는 이야기다. 체류형 관광으로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됐다.

강변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춘천의 봄을 더 깊이 느끼기로 했다. 이번에는 강 건너에 자리한 애니메이션박물관이 아지랑이와 함께 아기 벌레처럼 꼬물거린다. 어른에겐 추억이 되고 아이들에겐 희망이 되던 곳이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동화의 섬 같은 애니메이션박물관. 하지만 그 박물관이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애니메이션박물관이 움직이지 않는 물체로 그냥 굳어버린 느낌이다.

지금은 AI 시대다. 그리고 체험의 시대다. 애니메이션박물관도 깨어났으면 한다. 건물 전체를 무인 시설로 바꾸면 어떨까. ‘어서 오세요.’ 방문객을 맞이하는 로봇, 또랑또랑 시설을 안내하는 로봇, 아이들과 함께 춤추는 로봇, 팽이치기하는 로봇은 어떨까? 반려견처럼 데굴데굴 구르는 로봇도 좋겠다. 그러면 아이들은 별이 쏟아지는 밤에 로봇과 함께하는 불꽃 쇼를 보아야 한다고 몸을 흔들며 칭얼댈 것이다.

춘천은 참 예쁜 도시다. 특히 봄이 그렇다. 낭만의 도시라는 말이 봄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춘천은 가을도 봄이라고 하지 않던가. 겨우내 언 땅이 잉태하고 있던 씨앗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우리도 함께 기지개를 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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