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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착한 가게

물가는 오르는데, 사람 마음은 자꾸만 줄어드는 시대다. 생활비는 나날이 무거워지는데 지갑은 쉽게 얇아진다. 장바구니 물가는 찌릿하고, 병원비는 아찔하다. 그런 와중에도 도시의 작은 골목, 세월을 먹은 간판 아래에선 낯익은 풍경이 이어진다. 춘천의 ‘가고파미용실’, 간판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문턱은 늘 분주하다. 어르신들은 익숙한 발걸음으로 들고 나는 그곳에서 5,000원짜리 커트를 맡긴다. 강릉의 ‘순머리방’, 원주의 ‘전광수세탁숍’도 사정은 비슷하다. 값비싼 생활비 속에서 이들의 가격표는 마치 거스름돈처럼 반갑다. 대형 간판도, 화려한 인테리어도 없지만 이 가게들은 오늘도 조용히 단골을 맞이한다. ▼‘착한 가게’라 불리는 이들엔 공통점이 있다. 이윤보다 마음을 먼저 챙긴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데 지혜가 있다면 백 가지 계책이 필요 없다”고 했다. 번듯한 정책보다 먼저 삶을 붙잡는 건 결국 사람의 손길이다. 세탁비 8,000원, 커트비 5,000원.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 숫자엔 장사꾼이 아닌 이웃의 마음이 담겨 있다. ▼물론 이 가격표가 가능한 건 희생이 전제된 덕이다. 70세를 넘긴 미용실 원장은 하루 10시간 가까이 가위를 든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으니까”라는 말 뒤엔 ‘누군가는 해줘야 하니까’라는 책임감이 배어 있다. 정부는 ‘착한가격업소 확대’라는 명목으로 명패를 달아주지만 정작 이들을 지탱하는 건 제도가 아닌 의지다. 물가 지수보다 덜컥 오르기 쉬운 건 인심이라는 걸 우리는 종종 잊는다. ▼다산은 또 이렇게 말했다. “벼슬은 백성을 먹이는 그릇일 뿐이다.” 백성을 위한 것이 사라진 자리에 기업 논리만 남은 오늘, 오히려 민간에서 ‘공공’을 실천하고 있다. 착한 가게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되는 만큼만 받아도 산다’는 신념, ‘남는 만큼 나눈다’는 태도. 이 가게들은 오늘도 말없이 도리를 지킨다. 손익계산서로는 잴 수 없는 품격이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골목 어귀에서 반짝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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