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 경포호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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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찬 강릉 주재기자

“경포호는 물이 거울처럼 깨끗하고, 깊지도 얕지도 않고 사방이 하나같아 겨우 어깨까지 찬다.”

조선 후기의 백과사전 같은 문헌인 ‘증보문헌비고’에서는 경포호에 대해 이와 같이 기술하고 있다. 과거부터 아름다움으로 칭송 받던 경포호는 현재도 강릉의 대표 관광지로 꼽힌다.

이 경포호가 최근 각종 개발이 추진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강릉시는 현재 경포호에 분수와 대관람차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모든 사업이 마찬가지지만 경포호 개발과 관련해서는 유독 찬반 논란이 거센 상황이다.

찬성 측은 강릉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 경포호 개발이 추진돼 강릉의 랜드마크가 필요하다고 한다. 반대 측은 랜드마크의 필요성은 동감하면서도 사업 추진을 절차대로 하고, 무엇보다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포호 분수 설치에 대해서는 벌써 수차례 찬성, 반대 집회가 진행됐다.

취재를 하는 입장에서 양측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양측의 입장 차를 좁히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없다. 경포호 분수 설치 반대 집회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됐으니 논란이 발생한 지 벌써 반년이 훌쩍 넘었지만 입장 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논란이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강릉시민행동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포호수 일대에 추진 중인 각종 개발사업의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개발사업 추진이 졸속행정이라며, 불통으로 일관하는 김홍규 강릉시장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강릉시는 이번에는 적극 반박했다. 강릉시는 12일 각종 사업의 주무부처 국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릉시민행동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공직자의 청렴성과 행정의 공정성을 왜곡하는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법적 조치도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이 법정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지만 현재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논란을 봉합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강릉시가 적극 해명에 나서는 것이다.

강릉시는 경포호 수질 개선을 위해 수중폭기시설이 포함된 분수 설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경포호의 수질이 나빠졌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분수 설치 사업이 강원도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멈춰 있지만 자료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언론의 꾸준한 요구에도 자료를 보완하고 있다고만 할 뿐 공개는 하지 않는 상황이다.

대관람차 사업은 현장 설명회에서 강릉시의 준비가 미흡해 보이는 느낌만 받았을 뿐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민간사업자들은 “서울시는 대관람차 설치를 위해 사전준비만 2년 동안 했다”, “공고를 내고도 홍보가 없었다” 등 불만을 토로했다.

경포호 개발이 정답인지 오답인지는 모르겠지만 강릉시의 중요한 자산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것이 안타깝다. 부디 이번 논란이 잘 봉합돼 강릉시 발전의 주춧돌이 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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