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일주일째인 18일, 각 당 후보들은 경제 활성화와 노란봉투법, 원전 등에 대해 입장차를 보이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경제 활성화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조속한 시일 내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서민·내수 경제를 살리겠다고 밝혔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규제 혁신을 우선순위로 내세웠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대선 후보자 1차 토론회에서 침체에 빠진 경제 살리기 대책을 묻자 "지금 마이너스 성장 국면이고, 특히 내수가 2분기째 마이너스 성장이다. 국내 내수 경기가 완전히 다 죽었다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당장 서민 경제가 너무 어려우므로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 기업, 정부 3대 영역의 적정 역할이 있는데 불경기에는 정부가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며 "곧바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추경을 해서 서민·내수 경제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장기 대책으로는 "성장 동력을 회복해야 한다"며 인공지능을 포함한 첨단기술 산업, 재생에너지 산업, 문화 산업 등을 육성해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내고 그 속에서 공평한 성장의 기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후보는 "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규제를 완전히 판갈이 하겠다. 규제를 많이 없애 해외를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마음 놓고 사업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 하겠다"며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 대해서는 특별한 혜택을 많이 주겠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는 또 "경기에 민감한 자영업자·소상공인 일자리를 지키겠다. 우선 소비 진작을 위해 확실하게 많은 지원을 하고, 소상공인의 채무를 조정하고 금융지원을 강화하겠다"며 "어려운 건설업에 대해 특별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문수 후보는 "정부의 R&D(연구·개발)를 대폭으로 지원해서 미래 산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그 분야로 기업을 지원하도록 하겠다"며 "각 대학에도 R&D를 확실히 지원하고 정부 부처의 평가 지표도 일자리로 삼아 일자리 중심으로 평가하겠다"고 덧붙였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이 후보는 호텔 예약을 취소해도 돈만 돌면 경제가 살아난다며 돈 풀기식 괴짜 경제학을 말한다"고 비판하며 "그러나 경제 성장의 본질은 생산성 향상"이라고 밝혔다.
이준석 후보는 "고물가·저수요 상황에서 무작정 돈을 풀면 자영업자는 재료비, 임대비 부담만 늘어난다. 빚으로 쌓은 성장은 사상누각"이라며 "저는 지역 경제 현실에 맞게 최저 임금을 자율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자영업자의 숨통을 틔우겠다. 포퓰리즘이 아닌 실력으로, 돈풀이가 아닌 교육과 생산성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성장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유일한 진보 정당 후보인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자신을 제외한 세 후보가 "모두 성장을 외치고 있지만 저는 불평등 타파를 말하겠다"며 "이 나라에 부는 넘치도록 쌓였지만, 돈은 위로 쌓이고 고통은 아래로 간다"고 지적했다.
권 후보는 "성장에 가려진 불평등을 직시해야 한다. 해답은 부자 감세가 아닌 부자 증세"라며 "쌓인 부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게 하고, 불평등을 갈아엎겠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처리를 두고도 충돌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넓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노조와 노동자 대상 사용자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다.
김문수 후보는 먼저 이재명 후보를 향해 "그동안 정부는 노란봉투법에 두 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노란봉투법을 또 밀어붙일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재명 후보는 "대법원 판례가 이미 인정하는 법안이다. 국제노동기구도 다 인정하고 있다"며 "노란봉투법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문수 후보는 "노란봉투법은 사실 헌법에도 안 맞고 민법에도 안 맞는다.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할 수가 없다"며 "쟁의 요구가 계속 벌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반드시 재고해야 하는 법안"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김 후보가) 노란봉투법이 말도 안 되는 악법이라고 하는데, 진짜 사장이랑 교섭을 하자는 게 악법인가"라며 "김 후보는 과거 노동운동의 상징이라고 얘기를 했는데, 이 법이 악법이라니. 노동부 장관을 어디로 해 먹었나"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반도체특별법에 52시간 예외를 인정하는 문제를 두고도 언쟁을 벌였다.
김문수 후보는 "이 후보도 원래는 '왜 52시간 예외를 못 해주겠나' 하지 않았나. (이를 인정해주지 않고)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모순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본인이 노동부 장관으로서 직접 유연 근로제 단위를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면 된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게 정부의 입장이었다"며 "그런데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라고 응수했다.
김문수 후보가 다시 "반도체 분야 52시간 예외 보장을 안 해주면서 어떻게 다른 나라와 경쟁을 하겠나"라고 하자, 이 후보 역시 "노동부 장관답지 않은 말씀"이라고 받아 쳤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원자력 발전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을 놓고도 입장차를 보였다.
김문수 후보가 먼저 이재명 후보를 향해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하자고 하는 데 원전을 짓지 않고 어떻게 하느냐"라며 "과거 문재인 대통령 때 탈원전 정책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에너지 정책에 관해서는 원전이 필요하냐, 안 하냐 이렇게 일도양단으로 판단할 수가 없다"며 "원전도, 재생에너지도 필요하고 다른 에너지도 복합적으로 필요한데 다만 그 비중을 어떻게 할 거냐는 측면에서 원전은 기본적으로 위험하고 좀 지속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는 그러면서 "폐기물 문제라든지 사고가 났을 때의 엄청난 피해 이런 것들을 고려하면 가급적이면 원전을 피하는 게 좋다"면서도 "가능하면 원전을 활용은 하되 너무 과하지 않게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전환해 가자는 말씀"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는 "나가사키,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정도의 소형 원자폭탄 같은 게 그 위에 떨어져도 원자로 반응을 하는 부분이 파괴되거나 원자력 자체의 고장이 없다"며 "문 전 대통령처럼 영화 하나 보고 그냥 원전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는 "그렇게 안전하면 후쿠시마, 체르노빌은 왜 사고 났나"라며 "지금 당장은 눈으로 보기에 안전할지 몰라도 사고가 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문수 후보는 "저도 재생 에너지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원자력 발전 비용이 풍력의 8분의 1, 태양광의 6분의 1도 안 되는데 이렇게 값싸고 안전한 원자력 발전을 안 한 것은 잘못된 환경론자들의 주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문수 후보와 이재명 후보는 대북 송금 사건 의혹을 놓고는 날선 공방을 벌였다.
김문수 후보가 "이 후보께서는 불법 대북 송금으로 재판받고 있지 않느냐"라고 하자 이재명 후보는 "억지 기소"라고 맞받았다.
김문수 후보는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바로 밑에 계셨던 이화영 부지사가 (불법 대북 송금 혐의로) 징역 7년 8개월을 받았다. 도지사가 모르는 부지사 징역형이라는 게 가능한 얘기인가"라며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경제를 살릴 수 있겠느냐"고 쏘아붙였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대북 사업 자체야 당연히 안다"며 "그런데 민간업자가 나를 위해서 100억원의 돈을 북한에 몰래 줬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김문수 후보는 "저도 대북 사업 해봤다"며 "어떻게 해서 그렇게 딱 잡아뗄 수 있나"라고 거듭 지적했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는 "측근들이 두 번이나 경기도 산하 기관에서 정치자금 불법 모금했는데 김 후보는 왜 몰랐나"라고 맞받아쳤다.
이에 김문수 후보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면서 "알다시피 대북 사업은 지사가 모르는데 부지사가 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한편, 토론에 앞서 각 당 후보들은 정책 비전을 설명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재명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오늘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45주년이다. 한강 작가는 '과거는 미래를 도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다고 하는데 80년 5월 광주가 2024년 12월 대한민국을 구했다"며 "오늘 내란을 극복하는 우리 노력도 다음 미래세대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아닌, 어떤 나라가 되느냐가 결정되는 순간"이라며 "유능한 국민의 일꾼, 유용한 도구를 뽑아 진짜 대한민국을 꼭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김문수 후보는 "저는 일자리 대통령,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 일자리가 복지"라며 "우리나라 청년 50만명 이상이 그냥 쉬었다.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일하면서 결혼도 하고 아기를 갖고 가정을 꾸리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며 "규제혁파위원회와 규제혁신처를 만들어 규제를 완전히 풀겠다. 어려운 환경에서 기업을 하는 분들이 용기를 낼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준석 후보는 "중국의 위협이 맹렬하다. 낙후됐던 중국이 어떤 분야에선 우리를 앞지르며 위협하고 있다"며 "사회주의 중국이 이공계 국가지도자를 배출하며 과학기술 경쟁에서 우리를 추월한 사이 우리는 법률가 출신 정치인들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거나, 감옥에 가지 않으려고 불체포특권을 악용하면서 국가경쟁력을 한없이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그들과 달리 이공계 출신이다. 중국을 이기려면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 및 세계 정상들과 소통할 유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이번 대선은 과거와 미래의 대결이며 낡은 질서를 허물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저야말로 압도적 새로움으로 미래를 여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권영국 후보는 "불평등에 맞서 싸운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등이 더 밀려나서는 안된다"며 "열심히 일해도 가난하고 주변으로 밀려나는 불평등한 세상에서 이대로 살 수 없다. 갈아엎어야 한다. 제가 세상을 바꾸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