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5 남북 공동선언, 그 희망찬 약속은 어느덧 빛바랜 과거가 되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사적인 만남은 한반도에 평화의 새 시대를 열어줄 듯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은 잠시나마 남북 교류의 물꼬를 텄지만, 북한의 핵 개발은 멈추지 않았다. "핵 한 톨 가질 이유가 없다"던 김정일의 말은 공허한 메아리인 ‘가짜 평화’로 남았고, 북한은 핵무기를 손에 쥔 채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대북 제재는 실패했고 북핵은 완성되었으나 남핵(南核)은 없다.
북핵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핵을 끌어안고 있는 북한과의 대화는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다. 아무리 화려한 수사로 포장해도, 핵이라는 묵직한 현실 앞에서 ‘진짜 평화’는 요원하다. 강원도를 비롯한 접경지역 주민들은 불안한 안보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6.3 대선 후보들의 대북 정책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그들의 선택은 한반도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 해법을 찾아 나설 때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이 후보의 주장은 이상적으로 들리지만, 현실적인 해법은 부족해 보인다. 9.19 군사합의 복원, 대북전단 및 오물풍선 중단,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 등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핵 개발 의지를 꺾지 못하는 대화와 타협은 결국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접경지역을 ‘평화경제특구’로 지정하겠다는 공약 역시 북핵 문제 해결 없이는 공허한 외침에 그칠 공산이 크다. 김문수 후보는 북핵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핵 억제력을 강화하고, 북한의 핵 개발에 맞서 우리도 핵 추진 잠수함을 개발하겠다는 주장이다. 물론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려면 강력한 억지력이 필수적이다. 대북 지원을 인도적 사업에 국한하겠다는 김 후보의 입장 역시 북한의 핵 개발 자금줄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것으로 보이지만 강경 일변도의 정책은 남북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존재한다. 이준석 후보는 통일부 폐지를 주장하며 외교부로 통합하는 ‘외교통일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통일부가 남북 관계 개선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그는 조건 없는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지만,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핵 추진 잠수함 개발이 잠재적으로 필요하다고 언급한 부분은 현실적인 안보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핵 무장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상호 신뢰 대화 이어나가야
세 후보의 대북 정책은 각기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북핵 문제 해결 없이는 한반도에 ‘진짜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으며, 그들의 목표는 명확하다. 바로 핵을 통해 한반도 전체를 지배하려는 것이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냉철한 현실 인식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대북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한 강력한 억지력을 구축하고, 동시에 대화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즉 북한에 비핵화의 필요성을 일깨우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북한은 핵 무장으로 인해 안보 상황이 개선된 것이 아니라 인민생활이 보장되지 않을 정도로 피폐하다. 그것이 또한 주민의 체제에 대한 불만을 키우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여러모로 좋은 결정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지금 일부의 독자 핵무장 주장은 북한 비핵화 목표를 흐리게 할 수 있다. 여기에다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한 국제 사회와의 공조 역시 필수적이다. 또한 접경지역 주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북핵 문제는 단순히 남북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문제이다. 더 이상 이상주의적인 환상에 갇혀 있을 수 없다.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진짜 평화’를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북핵 해결 없이는 그 어떤 아름다운 말도, 그 어떤 화려한 약속도 한낱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