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송충이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1283>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일러스트=조남원 기자

야행성인 솔나방은 세계적으로 2,000여 종이 있고, 한국에는 15종이 알려졌다. 솔나방은 번데기 시기가 있는 갖춘탈바꿈을 하고, 솔나방은 매끈한 난형인 300여 개의 알을 솔잎이나 나뭇가지에 뭉쳐 낳는다.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 송충이는 초가을이 되면 4번 허물을 벗고, 10월 하순에는 나무에서 내려와 뿌리 부근(근처)의 흙이나 수피(樹皮)에서 월동(겨울나기)한다. 이듬해 봄에 다시 3번 되풀이하여 탈피(허물벗기)한 다음에 비단실로 짠 고치(방)를 만들어 번데기로 들어앉는다. 얼마 후 그 번데기가 우화(羽化, 날개돋이)하여 성충(솔나방)이 되고, 그것들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오직 짝짓기, 산란하고 한살이(일생)를 마감한다.

솔나방은 소나무를 갉아먹는 해충으로 꼽히곤 한다. 송충이를 방제하려면 송충이 천적인 여러 말벌(기생벌)이나 뻐꾸기, 꾀꼬리, 어치(산까치) 따위의 산새들을 보호하고, 늦가을에 나무 밑동아리에 짚을 감아서 한데 모인 송충이를 깡그리 잡아야 한다. 유아등(벌레잡이 등)을 달아놓아 불빛으로 꾀어 송충이의 아비 어미들을 몽땅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소나무를 괴롭히는 해론 벌레에는 솔나방이 말고도 외국에서 유입된 ‘솔잎혹파리’가 있다. 이는 일종의 파리무리 곤충으로 알에서 깨인 유충은 새로 난 솔잎 아래를 파고들어 혹을 만들어서 솔잎을 상하게 한다. 또한 ‘소나무의 에이즈’라고도 불리는 소나무재선충은 소나무에 기생하는 선충(선형동물) ‘솔수염하늘소’가 이 나무 저 나무로 옮긴다.

솔나방이 해충이라 하나 송충이는 그 모양새가 귀여운 구석이 있다. 송충이를 보면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섬뜩하고 징그러우나 가까이에서 세세히 들여다보면 한결 귀티가 난다. 세상에 귀엽고 예쁘지 않은 생물이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했고, 또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다 하지 않는가. 참으로 똑 떨어지게 맞는 말이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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