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강원 IB교육, 실천이 성패를 가른다

정경균 강원교육발전자문위원회 위원장

최근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교육연구원이 주관한 국제 바칼로레아(IB교육) 공개토론회에 다녀왔다. 그 자리는 교육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IB는 학생이 주도적으로 배우고 사고하도록 설계된 교육이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은 이를 공교육에 도입해 창의력과 탐구력을 기르는 미래형 교육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IB는 지식의 암기보다는 질문과 토론,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배우는 과정을 중시한다. 그 과정 속에서 학생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을 기르며, 더불어 국제적 감수성도 키워나간다. 나아가 이는 단순히 한 사람의 학력 향상이 아니라, 공동체 내에서 다양성과 세계 시민 의식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교육적 전환을 의미한다.

교사에게도 IB는 도전이자 성장의 기회다. 수업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입시 체제와 IB의 평가 방식은 괴리감이 크고, 개념기반 탐구수업과 영어 중심의 자료 활용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 평가 기준 마련, 포트폴리오 관리, 피드백 문서 작성 등으로 교사의 업무는 늘어나는 반면, 이를 뒷받침할 행정적·제도적 여건은 아직 부족하다.

이러한 현실을 보며 몇 가지 과제가 뚜렷하게 느껴졌다. 첫째, IB식 평가가 국내 대학입시와 연계되어야 한다. 수능 중심의 평가 시스템과 IB의 서술·논증 중심의 성취기준이 공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연계가 모색되어야 한다. 둘째, 교사 연수와 수업자료 지원이 보다 체계적으로 강화돼야 한다. 단순한 연수가 아니라 수업 설계, 평가 척도 작성, 피드백 운영까지 실질적으로 이어지는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한국어 기반의 KIB(Korean IB) 프로그램을 확대해 언어 장벽을 낮추는 전략이 요구된다. 국제성의 이상을 지키되, 모국어의 교육력을 통해 학습 동기를 살릴 수 있는 균형감이 중요하다.

IB는 단순한 외래 프로그램이 아니다.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비추는 하나의 거울이다. 학생 중심의 수업, 교사의 전문성 강화,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이제는 "도입 여부"가 아닌, "어떻게 우리 것으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할 때다. 정책은 방향을 잡지만, 그 길을 걷는 것은 학교와 교사이며, 배우는 것은 결국 학생이다.

현역을 떠난 교육 퇴역자의 입장에서, 그날 열정적으로 발언하고 토론했던 이들에게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한다. 새로운 교육을 향한 열망은 세대와 직위를 넘어선 공통의 과제임을 확인한 자리였다.

한편, 마음 한켠에는 1986년부터 2003년까지 시행되었던 ‘열린교육’의 그림자가 스친다. 그 당시 이상적인 교육개혁이 학력 저하, 교사의 과중한 업무, 평가체계의 미비 등으로 인해 결국 폐기되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IB교육도 그런 전철을 밟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엔 달라야 한다. 구호보다 실천, 이념보다 실행이 우선해야 한다. 이상을 현실에 안착시키는 실천의 힘, 그것이 IB교육이 강원에서 뿌리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지선 1년 앞으로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