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6·3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강원 정치권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그러나 표면적 열기와 달리 정작 유권자들이 마주한 현실은 씁쓸하다.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낯선 얼굴’들, SNS와 지역 행사장을 오가는 정치인들 속에서 유권자들은 묻는다. “이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지역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강원도 내에서 출마를 준비하는 시장·군수 입지자만 100명에 육박한다. 일부 지역은 후보군이 10명 안팎에 달한다. 하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지역에서 활동한 흔적이 희박하거나, 선거 직전 급히 ‘지역 정치인’ 행세를 시작한 이들이다. 이쯤 되면 묻게 된다. 지방선거가 과연 지역 살림꾼을 뽑는 장인가, 아니면 체급을 높이려는 경연장인가. 지방선거는 본래 주민 삶의 질을 책임지는 일꾼을 뽑는 자리다. 지역 복지, 교통, 환경, 교육 등 실생활과 맞닿은 정책을 다루는 행정 리더를 뽑는 선거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지방선거를 ‘중앙 무대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일부 입지자는 강원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타 지역 공약을 그대로 옮기거나, SNS와 언론 플레이에만 몰두한다. 정작 지역 주민과의 접촉은 피상적이다. 지역 기반도, 정책 실력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중앙 진출의 발판’으로 지방권력을 탐하는 모습은 유권자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총선 출마 디딤돌 돼선 곤란
이런 흐름은 과거 선거에서도 반복됐다. 자치단체장 자리를 밟고 바로 총선에 출마하거나 임기 내내 중앙 정치 이슈에만 몰두한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목격됐다. 이들은 선거 때마다 ‘지역 발전’을 외치지만, 임기 내내 남는 것은 개인의 정치 이력뿐이었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의 그림자나 하위개념이 아니다. 주민의 삶과 직결된 자치의 현장이다. 이를 자신의 ‘체급’이나 ‘경력’으로만 바라보는 이들은 지역에 해악만 끼칠 뿐이다. 이들을 공천에서 걸러내야 한다.
정당의 공천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지역 정치의 품격과 미래를 결정짓는 판단이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 공천해야 할 인물, 공천해서는 안 될 인물은 누구인가.
먼저, 공천해서는 안 될 인물은 지역 기반 없이 낙하산처럼 내려온 사람. 선거철에만 얼굴을 내밀고, 평소엔 지역과 아무런 접점이 없는 인물은 공천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겉만 화려한 공약으로 정책을 포장하는 사람. 현황 조사 없이 타 지역 공약을 그대로 베껴낸 후보는 지역을 대하는 진정성이 결여된 인물이다. 여기에다 SNS와 언론에만 열심인 사람. 정책보다 이미지 관리에만 집중하는 후보는 지역행정의 책임감을 가질 수 없다. 이런 인사들은 각 정당의 공천 과정에서 탈락시켜야 한다. 반면 공천해야 할 인물은 지역과 함께 살아온 사람이다. 지역의 갈등과 현안을 직접 겪고 풀어온 인물은 그만큼 신뢰와 실행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작지만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하는 사람. 거창한 구호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생활정책을 고민하는 인물은 진짜 일꾼이다. 또 중앙정치에 기대지 않고 지역의 힘으로 설득하는 사람. 정권 프리미엄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 협상력과 실천력을 갖춘 인물은 공천해야 한다.
유권자 눈 더욱 날카로워 져
유권자의 눈은 더 날카로워졌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1년 후 치러진다. 사실상 이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갖는다. 강원 지역은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했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교차투표가 뚜렷했다. 춘천시장과 원주시장 선거 결과가 서로 엇갈렸던 것처럼, 유권자는 정당보다 후보의 자질과 인물을 보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여당 프리미엄’이나 ‘대통령과의 거리’를 앞세운 선거 전략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강원도 유권자는 후보의 정책감각, 지역 밀착도, 실현 가능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당은 표 계산만 하는 조직이 아니다. 어떤 후보를 내세우느냐는 곧 정당의 철학과 품격을 보여주는 일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라도 정당들은 지역을 ‘소비’하고 떠나는 정치인이 아닌, 지역을 지키고 성장시킬 사람을 공천해야 한다. 지방선거의 장은 주민을 위한 진실한 정치인의 무대여야 한다. 이제, 진짜 일꾼만 무대에 올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