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폭염이 부른 히트플레이션

최종태 강원자치도 농림특보

◇최종태 강원특별자치도 농림특보

2025년 한여름은 더 이상 ‘이례적’이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폭염이 일상처럼 되고 있다. 최근 ‘장보기가 두렵다’는 기사를 보았다.(본보 지난 4일자) 장마에 폭염까지 이어져 먹거리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 ‘2024년 6월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평균기온은 22.7도로 평년보다 1.3도 높았고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일수는 2.8일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6월로 기록됐다.

이는 단순한 날씨 문제가 아니다. 바로 ‘히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농업과 물가의 복합위기를 뜻한다. 히트플레이션은 ‘열(Heat)’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폭염이나 이상고온으로 농산물 수확량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먹거리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해 한국은행의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 상승은 농산물 가격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을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폭염 등 일시적 충격으로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농산물 가격은 0.4∼0.5% 높아지고, 이 영향은 6개월가량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간 매월 평균기온이 장기 평균(1973∼2023년)보다 1도 상승하면 1년 뒤 농산물 가격은 2%, 소비자 물가는 0.7% 증가한다고 추정했다.

히트플레이션이 일상화되고 있다. 여름철 빈번하게 일어나는 폭염과 폭우, 가뭄 등과 같은 이상기상은 단순히 물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농가 소득 감소로 불안한 지역경제 침체를 불러오는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최근 정선의 낮 기온이 33도를 넘는 날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는 강원 산간마을마저도 더위에 결코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정선과 같은 고랭지 지역은 여름철 기온 상승에 더욱 민감한 구조와 환경이다. 이는 곧 고온에 따른 고랭지배추는 생육 장애로, 수확량 감소는 농가 소득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히트플레이션에 맞서 안정적인 식품 공급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농업 부문에 대한 기술 투자와 재해 대응 시스템이 강화돼야 한다. 폭염과 고온에 강한 신품종 개발과 작물관리 기술을 영농현장에 실용화해야 한다. 또한 물관리 시스템 구축, 폭염과 가뭄에 적합한 작물과 품종 선택, 데이터에 기초한 스마트팜 적용 기술을 현장에 확산·적용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정선을 비롯한 고랭지에 속해 있는 자치단체는 하루빨리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누가 절대로 해주지 않을 것이다. 고랭지라는 지역 특수성은 우리나라에 정선, 태백, 삼척과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기 때문에 R&D와 중요정책에서 우선순위에 밀리기 때문이다.

AI 기반 수급 예측과 농산물 저장·유통 기반을 강화하는 등 공공영역의 뒷받침도 강화돼야 할 것이다. 또한 기상정보와 작황 예측의 정확도 향상, 농작물 재해보험 확대 등 실질적 조치도 병행돼야 한다.

폭염은 더 이상 계절적 불청객이 아니라 반복적 재난이다. 히트플레이션이 서민 경제를 위협하는 지금, 정부와 지자체는 기후에 민감한 물가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관리해야 한다. 농촌이 버티면 물가가 안정된다. 기후위기 시대, 그 어느 때보다 농업의 가치가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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