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도에서 발생한 교사의 극단적 선택 시도는 교육 현장을 둘러싼 교권 침해의 심각성을 다시금 드러낸다. 제주도에서의 안타까운 사건 이후 교육계 전반에서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았음에도 유사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근본적 대책 마련에 소홀했는지를 보여준다. 도내 A교사는 담임 시절 학급 내 갈등을 중재한 이후 특정 학부모의 반복적이고 변형된 민원 제기에 시달렸다. 해당 학부모는 동일한 사안을 각기 다른 내용으로 바꿔 교육청과 국민신문고 등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었고, 이로 인해 A교사는 수년이 지난 후에도 또다시 조사와 심리적 압박에 고통받아야 했다. 가까스로 생명은 건졌지만 현재까지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교사 B씨의 사례도 심각하다. 학생의 교권 침해 문제를 공식 절차에 따라 대응한 뒤 보복성 아동학대 신고에 노출되었다. 민원인은 동일한 민원을 나눠 여러 기관에 접수했고, 그 결과 B씨는 한 가지 사안으로 경찰, 지자체, 교육청의 반복적인 조사에 응해야 했다. 이처럼 고의성 있는 중복 민원은 단순한 민원 제기 차원을 넘어 명백한 정신적 폭력이며, 교사 개인의 생존권과 직업적 자율성을 심하게 침해하는 행위다.
제도적으로는 민원인의 권리 보장과 교사의 권익 보호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구조는 교사가 악의적 민원의 표적이 되었을 경우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장치가 극히 부족하다. 민원인의 의도를 ‘고의성’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중첩되고 변형된 민원이 교사의 정신 건강과 교육 활동을 심히 해치는 상황에서 지금의 사실 확인 중심 절차는 교사에게 2차 가해를 초래할 수 있다. 현행 민원 처리 시스템은 반복 민원을 구분하거나 필터링할 수 있는 기능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다.
민원 접수 자체가 교사에겐 곧바로 대면조사나 행정 절차로 이어지며, 이 과정에서 교사는 방어권조차 제대로 보장받기 어렵다. 이는 교직에 대한 회의와 기피로 연결되며, 결국 교육의 질 저하라는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온다. 물론 도교육청은 올해부터 교사 정신건강 치료비 지원과 함께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하고 있다. 찾아가는 자기돌봄 프로그램과 집단상담, 수시 심리상담은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반복 민원을 분류해 자동 차단하거나, 동일 내용의 민원은 기관 간 통합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