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천공기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강하게 질책하고 후진적 사고를 영구히 추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일하러 갔다가 5명이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라는 회사에서 5번째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라며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살자고 간 직장이 전쟁터가 된 것이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인데도 방어하지 않고 사고가 난 것"이라며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한 결과가 아닌가 싶어 정말로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스코이앤씨 현장에는 저도 한번 가봐야 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후진적 사고를 영구적으로 추방해야 한다. 올해가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근절되는 원년이 됐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사람 목숨을 지키는 특공대라는 생각을 갖고서, 정말로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장관이 "직을 걸겠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상당 기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으면 진짜로 직을 걸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작업을 하던 60대 노동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동부는 사고 즉시 관할 고용노동지청에서 현장 출동해 해당 작업과 경사면 보강 작업 전반에 대한 작업 중지를 명령했다.
이번 사고는 1월 김해 아파트 신축현장 추락사고, 4월 광명 신안산선 건설현장 붕괴사고와 대구 주상복합 신축현장 추락사고에 이어 포스코이앤씨 시공현장에서 발생한 올해 네 번째 사망사고(중대재해)다.

이 대통령은 또 연일 기승을 부리는 폭염 대책과 관련해 "폭우에 이어 폭염이 심각하다. 온열 환자가 지난해의 약 3배인 2천400명을 넘어서고 폐사 가축 수도 지난해 10배, 100만 마리를 넘어섰다고 한다"며 "관련 부처에서 국가적 비상사태라는 각오를 가지고 가용인력, 예산, 역량을 총동원해 피해를 최소화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보호, 추가 농가 피해 예방, 물가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수령률이 높은 것과 관련해선 "국민이 얼마나 소비쿠폰을 기다려왔는지를 보여준다"며 "혹여 지급 대상에서 누락되고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잘 챙겨달라"고 지시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하나 되새겨봐야 할 것이 있다"며 "행정을 하는 데 있어서 공급자인 공무원의 행정 편의를 위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부산·광주 등 일부 지자체가 소비쿠폰 금액에 따라 카드 색상에 차이를 둬 수령자의 소득 수준을 노출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일을 언급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모두가 행복하자고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좌절감, 소외감, 상실감을 주기도 한다"며 "카드에 금액을 표현해서 '내가 기초생활수급자구나'라는 게 드러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걸 경험 삼아서 행정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시작하기 전 "임명되지 않은 몇 분을 뺀 새로운 국무위원들이 왔다. 인사말 하지 않은 분들 하고 시작하자"면서 발언권을 넘겼다.
첫 발언자로 나선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2·3 불법 계엄으로 우리 군의 '군심'이 흩어져있다"며 "군심을 바로잡고 국민의 군대로 재건시키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이어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야 도달하는 목적지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말고삐를 확실히 잡고 우리 군의 개혁을 이끌어내겠다"며 "여기 계신 국무위원들의 많은 협력을 바란다"고 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안 장관을 향해 "국방일보가 장관님의 취임사를 편집해서 핵심 메시지를 빼버렸다던데, 기강을 잘 잡으셔야 할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심각하다. 국방부 장관이 한 취임사를 편집해서, 내란 언급은 싹 빼버렸다더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이 발행하는 국방일보가 전날 신문에 안 장관의 취임사를 실으며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안 장관의 메시지를 누락했다는 의혹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64년 만의 첫 문민 국방장관인 안 장관은 지난 25일 취임사에서 "비상계엄의 도구로 소모된 과거와 단절하고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데에만 전념하는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는 참석자들의 입장부터 국민의례, 신임 국무위원들의 인사 및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 등까지 초반 일부분이 KTV 등으로 실시간 방송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의 알 권리 확대 및 투명한 국정 운영을 위해 국무회의 내용 중 공개 가능한 부분은 국민께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