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날 범인으로 모는 게 화가 나서…” 19년 전 실종된 이윤희 씨 등신대 훼손한 40대 남성 검찰 송치

용의자 지목 현수막 걸어…법원 "접근 금지"

◇훼손 전 이윤희씨 등신대[이윤희 실종사건 공식채널 유튜브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19년 전 실종된 이윤희(당시 29세·전북대 수의학과)씨의 등신대(사람과 같은 크기의 사진)를 훼손한 자는 같은 학과에 다녔던 40대 남성으로 확인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물손괴 혐의로 최근 검찰에 넘겨진 40대 남성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수사관에게 "나를 실종사건의 범인으로 모는 게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그는 조사 내내 과거의 사건으로 오랜 기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속내를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가족은 실종 초기부터 A씨의 행적을 거론하며 사건 연관성을 의심했고, 최근에는 A씨의 출근길과 집 주변 등에 이씨의 등신대를 세우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했다"며 "폐쇄회로(CC)TV에도 훼손 장면이 담겨 있어 혐의가 명백히 입증됐다고 보고 사건을 송치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전북대 수의학과에 재학 중이던 2006년 6월 5일 교수 및 학과 동료 40여명과 종강 모임을 한 뒤 다음 날 새벽 모임 장소에서 1.5㎞ 떨어진 원룸으로 귀가했으나 이후 실종됐다.

당시 경찰은 실종 사건 현장을 보존하지 않은 채 이씨의 친구들이 원룸을 치우는 것을 내버려 뒀고, 사건 일주일 뒤에는 누군가 이씨의 컴퓨터에 접속했는데도 이 과정을 밝혀내지 못했다.

이씨의 아버지(88)는 지난 1월부터 전북경찰청 앞에서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부실 수사에 해명하고 지금이라도 사건의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2006년 이윤희씨를 찾기 위해 수색에 나선 경찰.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전주지법 형사1단독(황지애 부장판사)은 지난 4월 이씨의 아버지 B씨와 이 사건에 관한 영상을 여럿 게시한 유튜버에게 A씨에 대한 스토킹 잠정조치 2호(접근금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스토킹 피해가 인정된다고 보고 일정 기간 B씨와 유튜버에게 A씨의 주거지, 직장, 그 밖의 일상적인 생활 장소로부터 100m 이내에 접근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은 "A씨는 실종사건 직후 이씨 부친을 도와 실종자를 찾는 전단을 배포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이씨 부친과 유튜버는 오랜 시간이 지나 갑자기 A씨를 범인으로 의심하면서 직장 주변에 이러한 내용(범인으로 의심)의 현수막을 게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씨 부친과 유튜버는 법원의 스토킹 잠정조치를 받은 이후에도 A씨의 집 주변과 가족의 출퇴근 동선에 등신대를 설치했다"며 "이 등신대는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A씨가 실종사건의 범인'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유튜브 동영상 링크가 기재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씨의 아버지 B씨와 이 유튜버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그는 "죄송하다"며 인터뷰를 완곡히 거절하면서도 "이번 일로 너무 충격을 받아서 힘들다"는 심경을 취재진에게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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