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3 지방선거가 10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강원특별자치도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치적 기세를 앞세워 ‘여당 프리미엄’을 겨냥한 입지자들의 입당과 복당이 잇따르고 있고, 국민의힘은 탄탄한 지역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당원 확충 및 배가 운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벌써부터 ‘경선용 권리당원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정치적 열기 자체는 민주주의의 건강한 증표다. 그러나 입지자들은 “지역을 얼마나 알고, 또 연구했는가”라는 질문에 먼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연장선이 아니다.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가장 가까운 행정의 축이며, 따라서 입지자의 지역 이해도와 문제 해결 능력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의 움직임은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 속에서 벌어지는 ‘정치 게임’에 가까워 보인다. 입당 원서 수만 2만 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당의 권리당원 모집 열풍이나, 국민의힘의 당원 배가 운동은 정책 준비보다는 표 계산이 앞선다는 인상을 준다. 입지자들은 과연 강원특별자치도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가. 지역소멸 위험에 빠진 농촌, 청년 이탈로 공동화된 읍·면지역, 지진과 산불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산림정책, 기초의료와 응급의료 붕괴 위기에 놓인 농어촌 보건체계, 대중교통 접근성의 불균형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입지자들은 이들 문제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고민했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특히 강원도는 ‘특별자치도’라는 행정적 위상에도 불구, 재정 자립도가 낮고 중앙정부 정책의 파급력이 절대적인 구조다. 이런 조건에서 행정 수장의 역량은 더욱 중요하다. 단체장을 꿈꾸는 입지자라면 단순히 국비 확보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 자원을 활용한 자립형 경제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갖춰야 한다. 의원직을 노리는 이들 역시 지역 여론을 민감하게 수렴하고 의정 활동에 반영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강원특별자치도는 기후 위기와 산업구조 전환, 수도권 집중 심화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왔다. 이 와중에도 일부 지자체는 관광 콘텐츠 개발, 청년 정주지원 확대, 농업의 6차 산업화 등 지역 특색을 살린 전략으로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일구었다.
이러한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자치단체 간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한 때다.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낙하산 공천’이나 ‘중앙 당직 경력’ 중심의 공천 문화도 되짚어 봐야 한다. 지역을 모르는 인사가 단지 정당의 세 불리기 도구로 공천을 받는다면, 결국 피해는 주민의 몫이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유권자들은 더 이상 인물보다 당을 보고 선택하지 않는다. 후보자 개개인의 전문성과 지역 밀착도를 철저히 따지고 있다. 정치권은 이런 민심의 변화에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