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홋카이도와 구마모토를 중심으로 ‘반도체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다.
버블 시절 세계를 주름잡았던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의 핵심 전략은 산·학·관·연 등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역량 집중이었다.

■반도체 활성화 산·학·관 집결=일본 대기업들이 연합해 설립한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를 품은 홋카이도는 2023년 '홋카이도 반도체 인재 육성 추진 협의회'를 출범한다.
일본 정부의 ‘AI·반도체 100조원 공공 투자’의 상징과도 같은 라피더스는 치토세 국제 공항과 인접한 드넓은 평야에 최첨단 반도체 제조 거점 IIM을 구축하고 있다.
홋카이도 반도체 인재 육성 추진 협의회는 공룡 기업 라피더스를 지원하기 위해 홋카이도 대학, 치토세과학기술대학, 대학 부속 연구소, 전문 기술학교, 경제 단체, 반도체 기업과 물류 및 인프라 기업까지 뭉친 산·학·관 거버넌스다. 올 6월 기준 협의회는 38개 기업, 19개 행정·경제기관, 17개 교육기관이 참여 중이다.
이 가운데 홋카이도 대학과 치토세과학기술대학은 최근 들어 일본 중앙 정부 경제산업성이 주도하는 '최첨단 반도체 기술 연구 조합(LSTC)'에도 합류했다. LSTC는 라피더스 등 7개 기업과 도쿄 대학 등 15개 대학이 속해있다.
반도체 신흥 거점인 홋카이도, 전통의 반도체 밸리를 형성한 규슈 등 전국의 반도체 산업 기반, 지역 거점 대학과 연구 기관들이 촘촘한 연결망을 그려가고 있는 것이다.

■인재 양성 전쟁=올해 홋카이도는 2033년까지 반도체 산업을 지역 경제에 완전 이식할 정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반도체 복합 기반 실현을 목표로 삼은 해당 사업은 지자체와 지역 대학이 주체가 돼 대학 내 반도체 학부부터 대학원, 연구소를 신설하고 대학이 이를 활용해 기술 학교인 고등전문학교와 이하 초·중·고교까지 폭넓게 교육을 지원하는 계획이다.
홋카이도 대학은 2023년 반도체 교육·연구 통합 기구를 출범하고 올해 총괄 연구소를 공식 출범했다. 치토세과학기술대학은 올해 석·박사 입학 정원을 기존 대비 3배를 늘렸다.
이처럼 주요 대학의 반도체 랩은 반도체 설계부터 공정, 평가까지 모든 과정을 연구한다. 시설은 타 대학과 기업에 그대로 개방돼 기업의 실무 인력이 자유롭게 교육 시스템에 녹아들게 끔 만들었다. 반대로 학생들은 기업 견학, 연수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는 방식이다. 또 이미 지역 고등전문학교는 기업 실무자를 파견한 반도체 강의 신설, 고교 간 네트워크를 갖춰가고 있고 중등 이하 학교는 교사 세미나, 체험 교육 등이 활성화되고 있다.
홋카이도 지자체는 이처럼 지역 인재를 위한 교육 시스템에 투자해 산업 생산성을 높이고 다시 일자리를 창출하는 순환 구조를 그려 간다. 2030년 이후에는 매년 630명 규모의 전문 인재 채용 규모를 유지해나갈 계획이다. 또 단일 반도체 기업을 위한 연구 및 투자가 아닌 농업 등 과거의 주력 산업까지 차세대 스마트 시스템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에가미 츠요시 홋카이도청 산업진흥과 과장 보좌는 "반도체 기업 1곳을 유치했다고 끝이 아니라 지역 경제, 주민 생활까지 파급 효과를 확산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민간 발벗고 기업 이전 촉진=홋카이도의 반도체 산업 거버넌스인 '홋카이도 반도체 인재 육성 추진 협의회'는 우리의 광역 및 기초 지자체별 경제연합회, 상공회의소 등 기업 연합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중 홋카이도경제연합회는 신산업 유치 별도 기구를 조직, 기업의 입지와 투자 등 원스톱 상담을 지원하는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국내, 해외 구분 없이 반도체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협력 기업, 근로 인력, 금융, 정부 보조 등 기업 운영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올해는 민간 주도의 컨소시엄인 홋카이도 밸리 비전 협의회가 출범해 기업 간 네트워크 강화, 홋카이도 반도체 산업 가치 향상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삿포로=정윤호기자
이 기사는 강원특별자치도 지역 언론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 받아 취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