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지난 23일 첫 정상회담에서 ‘수도권 집중’과 ‘지역 소멸’이라는 사회적 난제에 대응하기 위한 양국 공동 협의체 출범이 전격 발표됐다. 안보와 경제가 주된 의제가 돼 온 한일 정상회담에서 지역균형발전이 공동 성과로 포함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러나 이는 단지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지역 소멸 위기와 수도권 집중 문제에 직면한 양국 지방의 공통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 특히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국정과제에 포함된 ‘5극 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육성)도 이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어 긍정적이다.
도를 비롯한 대한민국은 수도권 중심 구조에 따른 인구 유출, 산업 기반 붕괴, 고령화 가속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이시바 총리의 고향인 돗토리현과 강원자치도는 30년 넘게 자매결연을 이어 온 지역으로, 자연과 인구 구조, 산업 여건에서도 유사점이 많다. 이러한 인연 위에 구축된 지역 소멸 대응 협력은 단순한 외교 성과 이상의 실재적 상호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협의체는 상징적인 외교 행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실질적인 정책 교류와 협력 사업으로 확장돼야 하며, 강원자치도는 이를 지역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일본은 이미 ‘지방창생’ 정책을 통해 지역자율형 발전 모델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가 아베 내각 시절 초대 지방창생상을 역임한 만큼, 양국의 협의체는 양국 지방 간 실질적 경험과 해법을 공유하는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 강원자치도 역시 ‘5극 3특’ 전략을 통해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국정과제로 삼아 왔다. 저출산과 고령화, 청년층의 수도권 이탈을 막기 위한 초광역권 기반의 산업 육성과 행정체계 개편이 진행 중이지만, 외국 선진 사례의 접목과 국제 협력을 통한 정책 고도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일본과의 협의체가 실무적인 정책 연구, 공동 프로젝트 추진, 인구 정책 연계 연구 등으로 확대된다면 강원자치도의 균형발전 정책에 한층 힘이 실릴 수 있다. 또한 강원자치도는 돗토리현과의 교류를 토대로 한 양자 지방정부 차원의 공동 실천 과제도 모색해야 한다. 농촌과 어촌의 고령화 대응, 지역 기업의 디지털 전환, 관광산업 협업, 청년 인재 교류 등 다양한 협력 모델이 가능하다. 지방 간 외교는 곧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선 민관 협력과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체계적인 추진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역사 문제와 경제 현안이라는 틀을 넘어, 지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신외교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강원자치도는 이를 공허한 외교 수사가 아닌 실질적 지역 발전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 소멸 문제는 결코 한 나라만의 과제가 아니다. 국제 협력이 지역균형발전의 새로운 축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번 협의체가 입증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