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동해안 천혜경관이 사라진다] 철책대신 고층건물에 가로막힌 동해안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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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 토성면 봉포리 해안을 따라 고층 생활형 숙박시설과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서며 아름다운 광경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고성=권태명기자

관동팔경 중 으뜸으로 꼽히는 고성군 토성면 청간정의 천혜의 자연 경관이 난개발에 직면했다. 최근 3년 사이 '오션뷰' 개발 광풍에 7개 대형 건물이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수십년간 해변을 가로막던 철책이 사라졌지만 고층 건물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자연 경관은 또다시 무너지고 있다.

■ 개발 광풍=고성군에 따르면 토성면 남단 봉포리에만 올해 2곳의 대형 숙박 시설이 사용승인을 받고 영업을 시작했다. 올 연말께는 리조트 1곳도 문을 연다. 청간리에는 각각 1,200여세대와 263세대의 아파트 2곳이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아야진리에는 890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연말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해변과 인접한 곳에는 호텔&리조트가 착공을 위한 행정절차까지 끝냈다. 예정되로 공사가 진행된다면 5년 뒤에는 토성면 일대의 보물로 꼽히는 아름다운 바다의 일출 대신 29층 높이의 고층 건물이 자리하게 된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철도 및 고속도로 연장 호재가 이어진다면 토성면을 비롯해 죽왕면, 간성읍 등 북쪽 지역까지 투자 개발 붐에 따른 난개발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주민 불만 팽배=주민들 사이에서는 군부대 철조망이 사라진 자리에 이제는 고층 건물이 가로막고 있다는 자조섞인 한탄이 나오고 있다. 실제 봉포리 지역의 경우 최고 28층 높이의 고층 건물이 해변가에 들어서며 주민들은 아침 일출 풍경 대신 깊게 드리워진 고층빌딩 그림자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해안선 도로변을 따라 보이던 바다 풍경도 건물에 막혔다.

동화 속 어촌마을의 풍경을 자랑하던 또 아야진리에도 29층 높이 건물 신축 공사로 인해 공사차량들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마을이 언덕 위에 자리를 잡아 어디서든 바다를 조망할 수 있었지만 고층 빌딩으로 인해 이제는 옛말이 됐다.

주민 황모(여·45)씨 "이미 고성군의 바다는 자본에 잠식돼 청정 경관마저 사유화 됐다"며 "주민들 숙원사업으로 꼽히던 해변의 군 경계용 철책이 철거됐지만 이제는 철거하기도 어려운 고층 건물들이 바다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피서를 온 신동연(42 서울 구로구)씨는 "코로나19 시기 깨끗하고 조용한 지역 풍경에 매료돼 올해 다시 찾았는데 공사장으로 변해버린 해변 풍경에 실망했다"며 "해외의 사례처럼 해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서울 도심과 다를바 없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고층 건물 모습에 피로감마저 들게한다"고 아쉬워했다.

■ 불거지는 안전문제=반복된 공사로 인한 안전문제도 주민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2024년 1월과 2023년 11월 대형숙박시설 주변에 깊이 1.5m 가량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당시 고성군과 시공사 측은 터파기 공사 중 지하수 유입 등으로 인해 발생, 되메우기 작업 등을 통해 안전에 문제 없다고 설명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봉포리의 한 상인은 "2022년 낙산해수욕장 대형 싱크홀 피해도 있어 항상 불안했다"며 "최근 각종 건물이 지어지면서 여전히 걱정은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바다를 지척에 둔 대형 건물로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공공하수처리시설과 각 시설마다 설치된 자체정화시설에도 불구, 태풍에 따른 침수 우려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2023년 태풍 카눈으로 토성면 지역이 침수됐을 당시 인근 아파트의 전기가 차단됐던 경험을 갖고 있다.

고성군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청정 이미지로 관광객이 몰린데다 속초시와 가까운 점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며 지역이 개발 붐을 보이고 있다"며 "군에서는 원칙대로 적법한 기준에 따라 인허가를 승인하고 있어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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