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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강릉 가뭄의 교훈

◇일러스트=조남원기자

가뭄은 땅을 말릴 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 바싹 태운다. 강릉이 지금 그 혹독한 시험대 위에 있다. 산과 바다가 공존하는 도시라 해도 하늘이 문을 닫아버리면, 저수지와 강물은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그저 잠깐 비가 내리길 기다리는 마음은 고대 제사장의 기우제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시대는 달라졌다. 기우제 대신 소방차가, 염원 대신 급수 작전이 펼쳐진다. 물이 곧 생명이고, 생명은 도시를 움직이는 최소한의 조건이기에 지금 강릉은 그 생명의 끈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가 떠오른다. 매일 산을 파내겠다는 늙은 우공의 황당한 집념에 결국 신이 감동해 산을 옮겼다는 이야기. 지금 강릉의 풍경도 다르지 않다. 하루 798톤, 166톤, 72톤 등 이런 숫자들이 쌓이고 이어져 생활용수라는 거대한 산을 옮기려는 장정(長征)이다. 불편을 덜기 위해 동원되는 급수 차량 행렬은 마치 절박한 행군 같다. ▼춘천과 태백, 도로공사까지 합세하는 모습은 ‘수어지교(水魚之交)’라는 말을 생각나게 한다. 물고기와 물처럼 떨어질 수 없는 관계, 곧 상생이다. 강릉의 가뭄은 강릉만의 문제가 아니며, 이웃 도시와 기관이 나서야 비로소 숨통이 트인다. 이는 자연의 위기 앞에서 행정구역의 경계가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보여준다. 소방차가 거대한 수로가 되고, 사람의 연대가 비의 부재를 메우는 순간이다. 결국 인간 사회의 힘은 고립이 아니라 연결에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대응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하늘이 열리지 않는 한 물줄기는 언제든 끊길 수 있다. 그래서 이번 강릉의 사태는 단순한 가뭄이 아니라, 기후 위기 시대의 경고음이다. “근검은 수천 금보다 낫다(儉德勝千金)”라 했듯, 절약과 대비만이 진정한 부의 원천이다. 시민이 함께 물을 아끼고, 행정이 근본적 대책을 마련할 때 마침내 위기는 교훈으로 남는다. 지금 강릉은 뼈아픈 수업을 치르고 있다. 이 수업을 헛되이 흘려보낸다면, 다음 가뭄은 더 거칠고, 더 냉혹하게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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