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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로마와 치수(治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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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남원 기자

고대 로마제국의 랜드마크로 많은 사람들이 콜로세움을 떠올리지만 사실 ‘로마다움’을 보여주는 유산은 ‘아퀴덕트(Aqueducts·수도교)’라고 생각한다. 펌프가 없던 수천년 전 로마인들은 산속 깊은 곳에서부터 도시까지 완만한 경사의 수도교를 만들었다. 대량의 깨끗한 물이 낙차를 따라 자연스럽게 로마 시민들에게 공급됐다. 이로 인해 공중목욕탕이 발달했고 분수와 식수대 등이 도시 곳곳에 건설돼 로마다운 도시가 됐다. 부유층 주민들의 집에는 개인 수도관까지 연결됐다. 깨끗한 물이 안정적으로 제공되면서 로마의 인구는 100만명까지 늘어났고 생산력도 증가했다. 인류사 최초 ‘메트로폴리스’의 등장이었다. 단순한 경제력 향상을 넘어 아름다운 도시와 문화적 자부심 등 ‘로마 라이프 스타일’을 확립, 오늘날까지도 계승돼 내려오고 있다. ▼강릉에 최악의 가뭄이 닥쳤다. 전국에서 연일 급수차와 생수 지원이 답지하고 있지만 식수원인 오봉저수지는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태백산맥의 급경사 지형이 동해바다로 곧장 이어지는 영동지역의 지형적 특성상 평소 물을 담을 그릇 자체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강릉은 물론 동해와 속초 등 영동지역의 도시들이 오랫동안 고질적인 가뭄에 시달려 왔다. 극복하기 힘든 어려움은 분명 존재한다. ▼수천년 전 고대인들조차 대형 토목공사를 통해 물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음에도 여전히 천수답(저수지나 지하수 펌프 등 인공 관개 시설이 없어 벼농사에 필요한 물을 오로지 빗물에만 의존하는 논)처럼 매일 날씨에 일희일비해야 하는 상황은 매우 유감이다. 수원지인 전천의 건천화로 물 부족에 시달려 온 동해시는 관정을 추가 확보하는 노력으로 가뭄을 예방했다. 8번이나 제한급수를 경험했던 속초시는 지하댐을 만들어 반복적 가뭄의 고통에서 벗어났다. ▼재난 극복이 우선이다. 하지만 이후에는 철저한 성찰과 대책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 극단적 기상현상은 더 이상 돌발사태가 아닌 일상이다. 치수 시스템을 대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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