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안 지역이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생활·농업용수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강릉은 이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2일 오후 4시 기준 14.2%까지 하락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급수차, 군 장비, 대체 용수 등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삼척의 농촌 마을들은 지하수와 계곡수가 마르면서 400여 가구 이상이 소방차 등을 통한 비상급수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기상 이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기후 변화와 물관리의 구조적인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점이다.
올해 들어 강릉과 삼척 등 동해안 일대는 강수량 부족이 두드러졌으며, 강릉은 1년 가까이 평균 강수량을 밑도는 상태를 유지해 왔다. 게다가 9월 초까지도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이례적인 늦더위가 이어지며 물 부족 현상에 기름을 붓고 있다. 그럼에도 강원 동해안의 물관리 체계는 아직도 기초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많은 농촌 마을이 지하수나 계곡수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고, 상수원 다변화나 저수지 확충 등 장기적 인프라 투자도 미흡하다.
강릉 오봉저수지가 명백한 예다. 저수율이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대체 원수 개발이나 저수지 구조 개선은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급수차 수백 대가 강릉시내를 오가는 비상 대책은 응급 처방일 뿐 근본 대안은 아니다. 이제는 임시 대응 수준을 넘어선, 구조적이고 통합적인 해결책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동해안 물 부족 대응 협의체’ 구성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강원도와 각 시·군, 행정안전부·환경부 등 중앙정부, 한국수자원공사와 기상청 등 유관기관, 그리고 물관리 전문가와 학계까지 포함한 범도민적 협의체를 조속히 출범시켜야 한다. 협의체는 논의기구에 그쳐서는 안 되며, 실질적인 권한과 예산을 갖춘 정책 조정 기구로 기능해야 한다. 먼저 기후 변화에 따른 동해안의 물 수급 불균형 문제를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물관리 대책을 수립해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강릉·삼척·동해·속초 등 동해안 주요 도시 및 농촌 지역의 상수도 취수원 분산화, 광역 상수도망 연계, 소규모 저수지 신설 등 구체적인 실행 과제가 마련돼야 한다. 또 지역 간 물 부족 격차를 줄이기 위한 광역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각 지자체는 제각각 대처하고 있어 자원과 장비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통합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정부의 예산과 정책적 지원도 절실하다.
단기적으로는 소방차, 군 장비 등을 활용한 운반급수를 확대하되, 장기적으로는 기후 위기 대응 차원의 국가 예산이 물관리 인프라 개선에 집중돼야 한다. 정부는 현장 지원에 그치지 말고, ‘지속가능한 동해안 물관리 로드맵’을 마련해 강원도와 공동으로 추진해야 할 때다.